매일신문

영수회담 개최 난기류

16일 민주당의 안동선 최고위원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부친을 친일파라고 운운하고 이 총재에게 욕설을 퍼부은 일이 영수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은 당의 입장이 아니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고 안 위원도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해명했으나 한나라당은 17일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영수회담을 재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 위원은 1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국정홍보대회에서 "8.15 광복절 기념식에 이회창 총재가 안 나왔다"며 "친일파는 3대를 거쳐 부귀영화를 누리고 독립운동한 사람은 3대를 거쳐 죽을 고생을 했는데 이 총재가 부끄러워서 못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 이 총재 부친의 과거전력을 문제삼았다. 또 "남북 이산가족 만날 때도 다 우는데 딱 한 놈만 안울고 버티고 있었다. 이회창이 '저렇게 해서 김대중 인기 올라가면 나는 (대통령)안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 안 운 것"이라며 이 총재를 무차별 공격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17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DJ에 관한) 용서받지 못할 자료를 공개할 수도 있다(권철현 대변인)"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 총재의 입장에서 사과하지 않을 경우 영수회담 재고는 물론 이날 서울 행사로 끝내려 했던 시국강연회를 계속할 수 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안 위원을 겨냥 "파렴치의 극치" "더위에 정신이 돈 사람"이라는 비난도 거셌다. 이규택 의원은 "제2의 추미애, 안동선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며 "이번 기회에 검찰고발은 물론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을 기획위원장도 "김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의는 실정을 호도하기 위한 술수로 봐야하며 안 위원의 공식사과가 있어야 영수회담도 의미가 있다"고 거들었다.민주당은 파문이 확산되자 "영수회담을 앞두고 당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상규 총장은 17일 당4역회의에서 "(안 위원의 발언은) 당의 뜻과는 거리가 먼, 대단히 잘못된 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전용학 대변인도 "이 총재를 겨냥한 안 위원의 발언은 당의 입장이 아니며 영수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는 점을 당의 입장으로 해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영수회담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같은 해명수준의 언급을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어 보인다. 이 총재 부친의 '과거사 문제'가 향후 대선에서 불거지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지금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도 작용한 때문이다. 이재오 총무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다시는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민주당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 위원은 이날 "말을 하다보니 표현이 도를 지나쳤다.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 의사를 언론을 통해 표명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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