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극단 다음달 정기공연-'민중의 적'실체 뭘까

"오늘의 의제는 이렇습니다. 스토크만 박사는 이런 말을 꺼내기가 참 괴롭습니다만, 우리 히스틴 온천, 온천요양원 전체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나도 한마디하게 해 주시오! 시장께선 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실'에 대해선 한마디도 않으셨습니다" (스토크만)대구시립극단이 다음달 28일~29일 무대에 올릴 제7회 정기공연 '민중의 적'(헨릭 입센 작)을 앞두고 대본읽기에 이어 지난주 부터 본격 연습에 돌입했다.

16일 오전 대구문예회관 시립극단 연습실. 19세기 말 노르웨이의 한 작은 마을 의사 토마스 스토크만이 온천수가 오염된 사실을 발견하고 마을의 온천개발계획 수정을 주장하자 마을 회의를 열어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한 지역주민들과 주민대표자인 스토크만의 친형인 시장이 이를 반박하는 장면이다.

이 연극의 핵심을 이루는 두 주인공 스토크만(손성호 분)과 시장(이송희), 그리고 10여명의 출연진(마을 주민)들이 연출을 맡은 대구시립극단 이영규총감독의 지휘하에 이 대목 연습에 구슬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역 연극계의 두 스타인 손성호씨와 이송희씨의 상반된 성격의 연기대결이 볼만하게 펼쳐진다. 이 감독은 "'인형의 집', '유령'과 더불어 근대 리얼리즘연극의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민중의 적'은 오늘날에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 집단 이기주의, 따돌림 등의 문제가 다뤄지고 있어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라면서 "그러나 원작 번역본엔 장황한 대사가 많아 적잖은 가지치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온천개발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기심이 노골화되면서 스토크만의 양심적 주장은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악마적 요소로 비춰지게 되는데 '정치적 소수를보호해야하는 민주주의의 신념이 위기의 순간에도 지켜질 것인가'란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그같은 터치를 통해 극 전개의 속도감을 높여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희극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 연극과 만난 뒤의 반응이 또 다른 지켜볼 거리가 되고 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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