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보경교수 '선과 파블로프의 개'출간

불교의 사상과 수행법을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법으로 응용할 수있는 길이 열렸다. 경북대 김보경 교수(교육학과)가 불교의 수행방법인 지관(止觀)을 실제 심리상담프로그램이나 육체적 통증을 관리하는 방법, 질병의 자연치유법으로 응용할 수있는 방안을 제시해 화제다.

김 교수가 불교를 과학적 심리학으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의 관점에서 비교·해석한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불교의 연기(緣起)사상과 행동주의 심리학의 학습론이 모두 인간의 본성을 공(空)이나 백지(白紙)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마음이나 성격은 개인의 행동경험 축적에서 형성되며 계속 변해간다는점에서도 양자는 같은 입장(연합설)이다.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는 불교의 명제인 동시에 행동주의 심리학의 명제이기도 한 것. 모든 것은 연기하기 때문에 그 본성은 텅빈 공이요, 행동 또한 대부분학습된 것이므로 본성이 백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김 교수가 펴낸 '선(禪)과 파블로프의 개'(교육과학사)는 그래서 불교를 인간의 고통을 덮어주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응용하기 위한 임상심리학자의 오랜 경험과학구적인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불교를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한 것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처음있는 일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불교가 제거하도록 가르치는 '분별심'을 심리학자 파블로프의 실험과 비교해 설명한다. 즉 개가 음식물과 짝지운 종소리에 침을 흘리도록 조건화되는 것같이 우리도 조건형성 또는 학습의 영향으로 어떤 사물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분별심이란 사물의 참다운모습을 보지 못하는 무지를 뜻한다.

따라서 분별심이 조건화 또는 학습된 마음이라면, 분별심을 없애는 것 역시 탈학습 또는 탈조건화로 가능하다는 것. 불교란 처음부터 생로병사에서오는 인간의 고뇌를 해결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법으로 설명한다면, 좌선의 지관(止觀)에서 경험하는 공(空)의 느낌은 바로 그런 것들을 소거시키는 중심 학습원리가 된다.

"임상심리학자로서 불교의 사상이나 방법에 관해 연구할수록 불교가 얼마나 지적이며 초현대적인가를 느끼며 감탄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관상담및지관의 행동치료적 응용'이란 부제가 붙은 자신의 이번 저서가 현대적 감각에서 불교를 새롭게 조명하고, 불교가 상담이나 심리치료로 직접 이어지는 계기가되길 기대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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