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 안정대책의 하나로 다음달부터 도입하는 '참조가격제'가 의료계와 약계, 시민단체로부터 '실효성 없는 제도'라며 시행중단 요구에 바닥쳐 있다.
따라서 정부가 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잇따라 내놓은 진찰료 처방료 통합, 차등수가제에 이어 참조가격제 마저 반대에 직면, 의약분업 정착이 흔들리고 있다.
△ 복지부
참조가격제는 건강보험공단이 의약품의 상한값을 정해 놓고 그보다 비싼 의약품을 쓸 경우 그 차액은 환자가 부담하는 방식. 복지부는 의약분업이후 의사들의 값비싼 오리지널 약 처방이 43%에서 62%로 높아지면서 보험재정의 약가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복지부는 "참조가격제는 한정된 보험재정을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8월부터 해열진통제, 소화성궤양치료제 등 일부 효능군을 대상으로 주로 최고가의 오리지널 약을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세부시행안 등이 여의치 않아 9월로 시행을 한달 미뤘다.
△ 의료계
의사협회는 "참조가격제는 보험 약제비를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약제비 부담을 환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 치료단계에서 효능이 우수한 신약(오리지널약)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으면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치료기간 연장 등으로 전체 진료비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의협은 "참조가격제를 먼저 시행한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거나 시행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참조가격제의 대안으로 '처방약 가이드라인'을 개발, 의사들에게 제공해 적절한 약물치료로 총치료비용의 절감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약사회
약사회는 "참조가격제의 도입은 약국의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서 열린 '참조가격제 도입과 영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참조가격제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청구하는데 따르는 행정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참조가격제의 시행으로 인한 약제비 절감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선 약사들도 "참조가격제를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자칫 환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비싼약과 싼약을 권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제도의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 시민단체
복지부의 의약분업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시민단체들도 "참조가격제는 우리나라 의약계의 풍토 및 의료서비스 환경을 무시한 졸속행정"이라며 반기를 들고 있다. 참여연대는 "약값에 대한 정보를 환자가 전혀 모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가약 부담을 환자가 져야하는 만큼 건강보험에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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