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집 한 칸을 갖고 싶어하는 이웃'을 위해 '사랑의 집'을 지어 주는 국제 해비타트 운동.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참가한 경산에서의 집 짓기로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아졌다.
◇최근의 현장 풍경=지난 16일 오후 경산의 작업 현장. 카터 전 대통령은 다녀 갔지만 다음 달은 돼야 입주가 가능할 상태여서 아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일꾼은 입주 예정자 10여명과 현장 인부 등 15명 정도. 카터 방문 전후에 붐비던 자원봉사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 관계자들도 그래서 집 완성에 어려움이 많다고 푸념하고 있었다. "사랑의 집은 전체 공정 중 50%는 주택회사가, 나머지 절반은 자원봉사자가 맡아 짓지만, 자원봉사자 몫 중 20% 정도가 미완성 상태인데도 최근에는 일하러 나오는 봉사자가 적습니다". 그래서 인부 몇명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게 되는 바람에 공사비와 작업 속도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자원봉사이니 강도 높은 작업을 강요할 수 없고 일손이 부족한 것이 큰 애로"라고 했다. 여러 갈래로 자원봉사자들을 찾고 있지만 그리 쉽잖다는 것.
반면 내 집을 마련한다는 기대에 입주 예정자들은 모두 다 작업에 열심이었다. 이들은 입주 조건으로 집 짓는 데 500시간 이상 자원 봉사해야 하지만, 모두들 이미 그 시간을 채우고도 더 열심히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 예정자 이상호(38.대구 반야월)씨는 "내 집을 갖게 된다는 기대에 의무 봉사 시간을 훨씬 넘겼지만 본업도 뒤로 한 채 지난 6월부터 거의 매일 나와 일한다"고 했다. 경산에 산다는 30대 후반의 입주 예정자는 "입주금 부담이 없고 15년간 매월 15만~17만원만 내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에 고된 줄도 모르겠다"며 "공동주택이 완공된 후 입주 호수를 추첨하기 때문에 아직 내 집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아 거의 매일 나와 망치를 든다"고 했다.
◇해비타트란=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자며 1976년에 미국의 기독교 실업가 밀러드 풀러가 주창한 무주택자 집 짓기 자원봉사 운동이다. 뜻 있는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시작된 뒤 지금까지 세계 76개국에 11만여가구분을 지었고, 한국에는 1995년 시작돼 80여가구가 이미 공급됐다.
또 1984년에는 카터 전 대통령이 해비타트 홍보를 위해 직접 사업 지역을 순회하며 일주일간씩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집을 짓는 '지미 카터 특별 건축사업'이 시작됐다. 한국은 올해의 이 사업 지구로 지정돼 카터전 대통령이 지난 5~11일 사이 방문하게 됐었다. 해비타트운동 한국 지부인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는 이에 따라 경산 등 전국 6개 지역에 16평형 '사랑의 집' 120가구분을 신축하고 있다.
집 짓는데 필요한 돈과 노동력은 개인, 교회, 기업체, 사회단체 등의 자원 봉사에 의해 조달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해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노동.자재.기금 등으로 봉사의 꽃을 피웠다.
◇집은 어떻게 지어지나=입주자는 입주 선금 부담 없이 15년간 월 15만~17만원만 내면 15년 후 집이 본인에게로 등기 이전된다. 이들이 낸 돈은 다른 무주택자들을 위해 신축되는 집짓기 사업에 보태진다. 그 외 이들에게 부과되는 임무는 집 짓는데 최소 500시간 이상을 노동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
경산 남천면 문화마을 내 땅 375평 부지에 12가구분(2층짜리 3개 동)이 신축되고 있는 대구권 사업지구는 지난 5월 착공됐으나 다른 곳에 비해 작업이 느려 이달 말쯤으로 잡혔던 입주 예정일이 내달 초 이후로 미뤄졌다.
경산 집짓기에 든 돈은 땅값을 포함해 모두 7억원 정도. 경산시청도 4천만원을 지원했지만, 나머지는 순수 모금분으로 충당됐다.
카터 방문 행사 기간 중에는 외국인, 주한미군, 봉사회원 등 하루 400여명씩의 자원봉사자들이 집짓기에 참여했다. 봉사자들은 일주일 숙식비로 개인당 20만~25만원을 부담했고, 절반은 대구은행 팔공산 연수원에 머물며 현장을 왕래했다.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는 "앞으로 5년에 걸쳐 매년 300채 이상의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에도 사업지구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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