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 걸프전에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 등 다국적 군은 이라크의 미사일발사대, 기갑부대, 기간시설 등 주요 군사목표물을 무자비하게 폭격,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미군의 공격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라크군의 비행기, 포대, 탱크, 미사일발사대 등으로알고 폭격했던 상당수 군사시설물이 사실은 '가짜'였던 것이다. 이미 싸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이라크측이 진짜 군사장비와 시설은 숨겨두고 '위장 시설'로 미군을 유인하는 영악한 전략을 쓴 것이다.
첩보위성을 통해 달리는 자동차의 번호판까지 식별하는 능력을 갖춘 미군이지만, 엄폐물속에 숨겨진 군사장비와 정교하게 위장한 '가짜 탱크' 등을 수천미터 상공에서 구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또다시 걸프전과 같은 전쟁이 벌어진다면, 10여년전과 달리 이라크군은 숨거나 도망갈 곳이 없는 가엾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하이퍼 스펙트럴 이미지 시스템 '워파이터Ⅰ' 때문이다.
미국의 오비탈 이미징 그룹은 발사예정인 첩보위성 '오알비뷰4'에 '워파이터Ⅰ'을 함께 탑재한다. '워파이터Ⅰ'의 하이퍼 스펙트럴 카메라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색깔 뿐 아니라 적외선 등 비가시광선의 색까지 모두 구별하는 능력을 갖췄다. 따라서 사물의 내부까지 꿰뚫어볼 수 있는 '워파이터Ⅰ'이 있는 이상나뭇가지로 덮은 모형 군사장비들은 모두 탐지된다. 심지어 적군의 군용차가 미군차와 비슷하게 도색을 바꿨더라도 워파이터Ⅰ은 이를 정확히 감지한다.
뿐만 아니라 하이퍼 스펙트럴 카메라는 '작전 지역의 땅이 너무 질어 아군의 무거운 군용장비 이동이 적합하지 않다'는 따위의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성능이 향상되면, 최근 어떤 지역에 지뢰가 매설됐는 지까지 알아낼 수도 있다고 한다. 맨땅과 파헤쳐졌다가 다시 메워진 흙의 스펙트럼 차이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워파이터Ⅰ'은 군사용으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대규모 농장의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병해를 미리 감지, 예방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각종 재해 상황도간단하게 알아 볼 수 있다. 산간오지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마리화나, 아편 재배현황은 물론,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숨겨진 광물도 분석할수 있다.
따라서 '워파이터Ⅰ'을 탑재한 '오알비뷰4' 위성은 군사 및 상업 겸용 최초 위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비탈 이미징 그룹은 상업용 목적으로 위성사진을 원하는 구매자에게 장당 약 2만달러(2천600만원)에 판매할 계획을 밝혔다. 노드롭 그루만사의 민간.상업 우주프로그램 책임자인 알랜 머독은"워파이터Ⅰ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군사 및 상업적 효용이 큰 만큼 빠른 성장을 거쳐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