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업계 고3 갈곳없다

기업경기가 나빠지면서 실업계 고교 3년생들이 현장실습 나갈 업체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대 진학으로 진로를 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공단의 경우 200여개 입주업체 중 졸업 후 정식채용을 전제로 고3 실습생을 받아들인 업체는 중소기업 5, 6개에 불과하고, 경리직까지 합해도 10여명에 그치고 있다. 지역 실업계고 취업담당 교사들에 따르면 외환위기 사태 이전에는 포항공단과 경주 용강·외동공단 등 업체들이 고교마다 취업 희망 학생의 30%가 넘는 100~200명씩 현장 실습생으로 파견 받았으나 올해는 거의 없다는 것.

경북도내 취업 희망 여학생의 절반 가량을 채용했던 구미의 전자·반도체 관련 업체들 역시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악재로 고전하면서 현장실습 규모를 축소했다. 포항 한 여자 실업고 경우 지난해까지는 취업 희망자 전원이 대기업 2, 3개를 놓고 골라가며 현장실습을 나갔으나 올해는 학교와의 협조를 고려한 한 업체가 예년의 절반 정도를 마지 못해 받았을 뿐 나머지는 실습 업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실습을 나갔다 해도 부도·휴폐업·감원이 겹치면서 일도 제대로 못해보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이 1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유통업체 등에서 시간제로 아르바이트하면서 서류만 취업한 것으로 꾸며 제출하는 학생도 적잖아 학교측이 "학생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실업계 고3생들 사이에 "일자리도 없는데 대학이나 가자"며 전문대 진학으로 돌아서는 숫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고 졸업생 1만5천700여명 중 44%가 진학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올해는 훨씬 더 늘 것이라고 교사들은 내다봤다.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