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및 미국 증시를 빼놓고서는 한국 증시를 논할 수 없게 된지 오래다. 한국 증시 만큼 외국인 매매 동향에 일희일비하고 뉴욕증시와 찰떡같은 동조화를 보이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외국인 따라하기식 투자야말로 가장 안전한 투자방법일까.
증시 격언에 '합창(合唱) 반대의 법칙'이 있다. 주가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예측하는 방향으로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외국인 매매 동향이든 나스닥지수든 하나의 증시 재료일 뿐이며 투자 주체들이 이를 매매에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국인 추종 매매가 성행할수록 이를 역이용하는 '불순한 세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의 주도권을 장악해 왔던 것과 달리 건설.은행.증권주를 중심으로 최근의 단기 랠리에서 외국인들은 철저한 국외자였다. 8월6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들은 7일 연속(거래일 기준) 무려 2천689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엄청난 순매수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내지 단기 '상투'가 예상되는 시점인 16일 이후 뒤늦게 매수세에 동참하는 평소와 다른 행보마저 보였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증시는 나스닥 지수와의 동조화라는 굴레에서도 벗어나 있었다외국인 투자동향과 나스닥지수에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던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단기 랠리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던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외국인들은 항상 옳으며 그들이 선의의 투자자라고 믿는 것도 순진한 생각일 따름이다. 주식시장은 온갖 술수와 속임수, 불공정 행위가 횡행하는 살벌한 곳이며 외국인들도 예외일수는 없다.
실제로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해 외국인이 손절매에 나서는 종목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외국인들이 투자에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외국인 따라하기식 매매 패턴을 악용한 '작전'도 간혹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한국인 명의의 차명 계좌를 통해 표시 안나게 특정 종목을 매집해 주가를 끌어올려 놓은 뒤 막바지에 자신들의 진짜 계좌(외국인 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추격매수를 유도한 뒤 물량을 떠넘겨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사람 행세를 하는 '푸른 눈의 한국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국인이면서 외국인으로 위장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활동하고 있다. 사이버 애널리스트 이선달씨는 "수치상 나타나는 외국인의 매수.매도량을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된다"며 "실제로 선물이든 현물이든 외국인이 매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