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조조정 지연땐 다시 위기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 전액상환으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IMF체제를 졸업하게 됐지만 이같은 국가적 경사를 맞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안타까운현실이다.

우리경제는 아직도 IMF 이전의 구태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고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연초만하더라도 조기회복의 핑크빛 기대에 부풀었던 경기도 수출과 설비투자가 격감하면서 회복 지연은 물론 일본식 장기불황까지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상황이다.

일단 IMF사태를 맞았던 지난 97년 말 이후 3년동안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상당히 낮췄다는 게 정부는 물론 민간 경제연구소의 대체적인 평가다.현재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 디폴트(지불 불이행)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같은 대외충격에 직격탄은 맞지 않을 정도로충분한 체력을 길렀다는 것이다.

우선 외환보유액이 이미 900억달러 이상으로 IMF사태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및 유동외채 비율도 40%와60%대로 안정적인 상황으로 돌아섰다.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의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정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아르헨티나 위기 재발의 경과와 시사점'이란 논문에서 "두나라 모두 외채가 많고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한국은아르헨티나와는 달리 순채권국이고 교육수준도 높은데다 정보기술(IT) 및 산업이 발달돼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고 강한 선진경제로 진입할 잠재력이 아주 큰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구조조정을 완성하지 못하고 미룬다면 다시 경제구조의 취약성이 부각되며 대외여건이 악화될 경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경고했다.다시 말해 급격한 달러화의 국내 이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 뿐만 아니라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우선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대형 현안기업들을 원활하게 처리, 국내외 시장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현재 외국업체와 협상이 진행중인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 그리고 최근 시장의 고질적인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바로 그 뇌관들이라고 할 수 있다.이들 기업의 처리가 지연되거나 관치(官治)의 인상을 줄 경우 해외시장에서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가고 이는 곧 한국경제 전반의 타격으로 연결될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구조조정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상시구조개혁 체제를 정착시키는 한편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을제거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또 구조조정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경기를 되살리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 등 세계경제가 IT경기의 불황으로 예상보다 더 침체되고있어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설비투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는 수출다변화 정책과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 대책에 초점을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치공세로 인해 추경 편성 등 경기부양과 관련된 입법들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어 경제회복 시기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거시경제 정책이 실기(失機)할 경우 구조조정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이와 함께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 소유가 된 은행의 민영화 작업 등 공적자금의 효율적 회수 여부도 재정 건전성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중대한사안이다.

비록 IMF체제는 벗어났지만 우리경제가 새로운 궤도로 진입해 선진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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