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수호천사야!" 군 입대 열차를 타고 여자친구를 향해 목청껏 외치는 어느 TV광고 문구 속의 네 글자가 SBS 수목드라마로 등장했다.
지난 1일 처음 방영된 '수호천사'는 같은 시간대 KBS 2TV의 '명성황후'가 안정된 시청률을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만화 같은 주제로 인기를 모으며 시청률이오르고 있다. 돈과 지위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설픈 사악(邪惡)함과, 돈과 지위는 몰라도 인간의 도리를 다하며 사랑을 수놓아 가는 선(善)함이 대립구도를 이루는, 진부한 유형의 드라마다.
'수호천사'에는 기존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는 스타들과 이미지를 180도 바꾼 스타들의 연기 변신이 맛내기 소스다. '가을동화'에서 수채화 같은 사랑으로시청자들을 울렸던 송혜교(정다소 역)가 언니의 딸을 키우는 미혼모로, 터프가이 김민종(하태웅 역)이 단순 무식한 의리파로 나온다. 코믹한 연기가 단골인 윤다훈(강세현 역)이 차디찬 야망의 화신으로 변신했고, 갸냘프고 착한 이미지의 김민(홍지수 역)도 출세를 위해 배신을 거듭하는 인간형으로 변신했다. 선은승리하고 악은 패배한다는 결말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악의 화신들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보기 위해 시청자들은 또 다시 TV 앞에 다가앉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불우한 환경과 모난 성격은 갈등의 원천이라 드라마의 기복을 주는 가장 손쉬운 소재로제작자들이 자주 선택하는 단골메뉴다. 송혜교는 고아, 김민종은 회장의 사생아, 윤다훈은 회장의 이복동생, 이미영은 이혼녀, 김민은 무능력한 편부 슬하 등, 주연.조연 할 것 없이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이것은 시청자들에게 세상이 온통 그런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로 엮어져 있는 곳으로 보이도록 하는 잘못을 범할 수가 있다. 또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우연이 연속되며, 시청률을 의식하다보니 과장된 연기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드라마가 반복돼 오다가 '수호천사'에 이르러 온갖 억지 구성과 결손가정 출신들의 집대성(集大成)이 됐다고나 할까, '수호천사'는 이런 비판조차도 진부해 보일 만큼 시류를 타는 드라마라 아니할 수 없다.
미디어모니터회 김 긍 연 zzinsal@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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