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림 후예들, 화합의 만남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 일원에서 열린 남명 조식(曺植.1501-1572)선생 탄신 500주년 기념 선비문화축제에 퇴계 이황(李滉.1501-1570) 선생 후손들이 방문, 예를 갖춰 눈길을 끌고 있다.

퇴계의 14대손인 이원강(65.삼우정기 대표)씨와 15대손 이동승(71.서울대 명예교수), 퇴계의 큰집 종손인 이창건(55.대구 영진전문대 교수)씨 등 일행은 17일 저녁 덕천서원을 찾아 행사를 위해 자리를 지키던 조옥환 남명학연구원 부이사장, 남명 12대손인 조창섭(서울대 사범대 학장)씨 등 남명 문중의 대표들과 담소를 나눴다. 두 문중 사람들은 이날 만남의 자리에서 "두 어른 모두 경의(경의)를 내세워 후손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으니 양 문중이 뜻을 모아 최근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사회를 바로잡는 데 노력하자"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에 앞서 16일에는 도산서원 대표 5명이 덕천서원(원장 이현재.전 국무총리)을 찾아 뜻깊은 선물을 내놓았다. 도산서원 유생 100여명이 남명 탄신 5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도산서원 파록(爬錄)'을 작성해 보낸 것. 인재를 찾아 모은 기록을 의미하는 파록은 예로부터 한 서원의 행사시 인근 각 서원에서 그 행사를 도울 인재들을 골라 부서별로 임무를 부여한 기록. 파록을 보내는 것은 관심을 갖고 서로 돕는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또 퇴계문중에서도 후손 100여명의 이름과 함께 "두 선생의 유지를 이어받아 후손들도 영원히 돈독하게 관계를 이어가자"는 축하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두 문중의 만남은 남명과 퇴계 탄신 500주년을 맞은 올해 그동안 소원했던 유림의 단결과 유학의 부흥에 힘을 합치자는데 두 문중이 뜻을 모아 성사된 것이다. 퇴계와 남명은 당대 최고의 선비로 이름을 떨쳤으나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이후 그 제자들이 영남 유림을 대표하는 양대 학파를 이뤘지만 남인(퇴계학파), 북인(남명학파)으로 나뉘어지면서 교류도 뜸해지는 등 소원한 관계가 이어져왔다.

한편 경상북도도 이번 행사에 공식 축하사절단을 파견했다. 경북도 유교문화권개발사업단 김진술단장 등이 개막식에 참석, 남명선생 탄신 500주년과 선비문화축제를 축하하는 한편 행사 진행상황도 둘러봤다. 경북도는 퇴계 탄신 500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안동 도산서원과 한국국학진흥원 등에서 '세계유교문화축제'를 계획하고 있어 이번 행사가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명 문중과 덕천서원측은 이번 퇴계 문중의 축하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10월 퇴계탄신 500주년 행사에 축하방문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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