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P회동 분위기가 다르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간의 회동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JP가 한나라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시사하고 양당 공조에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DJP 공조위력이 재현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JP가 실제 대선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그가 어떤 태도로 DJP회동에 임할지를 두고 여권 차기주자들조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자민련은 의제 마련이나 회동시기조차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격해진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JP가 공조문제에 무언가 확답을 얻으려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에는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JP의 자택을 방문, 정국현안에 대한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져 'JP 달래기'에 청와대가 나섰다는 징후를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항공안전 2등급 판정과 8·15 방문단 문제, 언론사 사주 구속 등 국정현안과 정기국회, DJP회동 날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성과는 그다지 없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JP가 청와대나 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가 심각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따라서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협력 카드까지 꺼내들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질 DJP 회동은 JP가 국정운영에 자기 목소리를 내고 김 대통령이 이해를 구하는 다소 냉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공산이 크다.

특히 JP가 오장섭 건교부 장관의 인책론에 대해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느냐"며 강한 불만을 피력하는 등 자민련 출신 장관의 자질론이 부각되는데 제동을 건 것도 이번 만남을 염두에 둔 자기 목소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 "참된 공조가 아니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것 역시 자민련의 지분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장받자는 '사전포석용'이라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회동 이전에 JP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개편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한편 3당 연정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김 대통령의 뜻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가지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회자되고 있는 'JP대망론'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지 여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여권 차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JP가 직접 출마의사를 드러내기 보다는 여권 차기 주자군의 개인 플레이를 비판하는 수준에서 대선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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