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이 국내 2번째로 13억5천만원을 들여 울릉군 현포령 일대에 만든 풍력발전 1호기(600㎾)가 1999년 11월 완공 후 일년 반이 지나도록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문제가 계속되자 한전 등 전문가들이 현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현재까지 이 발전기 가동은 주당 단 하루(24시간) 시험 형태로 이뤄지고, 발전량도 본래 용량의 절반 수준인 350㎾/h 이하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 가동을 않으면 고장이 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것이 한전 관계자들의 이야기.
한전측은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이 기존 울릉지역 발전소 전력과 성질이 다른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전기사업법상 전력은 60±0.2㎐의 주파수로 소비자에게 공급돼야 하나 풍력 발전된 전기의 주파수는 60±0.3~0.6㎐로 오차 범위가 0.4㎐나 차가 난다는 것.
이때문에 한전측 전기에 연결시켜 배전할 수 없고, 그럴려면 '축전시설'이라는 것이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또 풍력 전기는 바람 강도에 따라 전력 오차 변동이 심해 발전소 전력과 바로 연결해 사용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때문에 한전측은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풍력 전기의 공급 중단을 산업자원부와 경북도청에 요청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한전연구원 등 전문가 4명을 22일부터 사흘간 현장에 파견, 주파수 오차 문제의 해결 가능성 여부를 검토키 위한 현지조사에 들어 가기로 했다. 이 조사는 작년에도 한번 실시된 바 있다.
◇울릉 풍력발전소=이 풍력발전 시설은 경북도청이 1997년 4월 경북대 공학설계기술원에 의뢰해 타당성 조사를 한 후 27억5천만원(국비 21억, 도비 6억5천만원)을 들여 만들기로 확정한 것이다.
그 중 1호기는 600㎾/h의 전력 생산 용량으로 이미 완공됐고, 2호기 공사는 작년 4월 착수만 한 채 중단돼 있다. 이때문에 태하령 공사 현장 600여평 주변은 엉망이 됐으며, 지역민들은 "빨리 기술을 보완해 2호기도 완공함으로써 무공해 전력 생산과 또하나의 볼거리 조성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풍력 발전소는 울릉에 전기가 부족해서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 울릉에선 하루 평균 2천~3천㎾/h의 전기를 사용하지만, 한전 화력발전소 2개(8천㎾/h)와 수력발전소 1개(1천400㎾/h)가 이미 가동되고 있는 것. 그런데도 풍력 시설을 또 만드는 것은 1998년의 국제 기후변화 협약 등에 대응하고 대기 청정화를 위해 대체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북도청의 입장=일단은 경북도청이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지 않나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도청은 전문성이 모자라면서도 국제적 문제와 관련된 이 중요한 국책사업의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전과도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은 대신 1997년 4월 경북대 공학설계기술원에 의뢰해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일방적으로 완공한 후 관리·인수를 요구했다고 한전 관계자가 말했다.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도 그때였다는 것.
그러나 도청과 산자부는 "풍력발전소는 리우선언에 명시된 청정에너지 구축 사업인 만큼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국제 규정에 따라 건설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완공 후 에너지관리공단과 현장 조사를 벌이고도 개선책은 마련치 못한 채 연구비 등 명목으로 올해도 6천만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도청 의뢰로 관련 연구를 했던 경북대 오철수 교수와 에너지 관리공단 관계자 등도 "이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한전과 상반된 입장을 계속 지키고 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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