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뚝딱", "쓱싹 쓱싹".지난 17일 오후 대구시 북구 노원동 대구시여성회관 목공예 강의실. 10여명의 여성들이 망치질과 칼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망치를 다루고 칼질을 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만드는 것들도 각양각색. 나무를 깎고 다듬어 찻상을 만드는 사람, 장식용 조형물, 글씨를 조각한 서각, 벽걸이용 장식물 등등.
4개월째 목공예를 배우고 있다는 주부 신옥경(27·대구시 서구 평리동)씨. 일주일 걸려 만든 찻상을 사포로 문질러 다듬느라 얼굴에 구슬땀이 송송 맺혔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요. 그동안 벽걸이, 나무수저, 접시 등을 직접 만들어 집에서 잘 쓰고 있죠".
목공예 강사 김천한씨는 "취업을 위해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취미와 여가삼아 배우면서 필요한 물건이나 선물용 장식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DIY, 선진국에선 보편화
소득수준과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DIY(Do It Yourself)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원래 DIY는 불황으로 인해 생겨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물자 부족과 인력부족 상황에서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된다'는 뜻에서 생겨난 사회운동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역설적으로 잘사는 나라일수록 DIY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있다.
이웃 일본에는 주부들이 집안의 수도꼭지에 물이 새면 자전거를 타고 만물상에 가서 패킹을 구입해 직접 갈아끼우고, 남성들은 휴일이면 취미삼아 아이들과 함께 DIY 용품이 있는 '홈센터'에 가서 물건도 사고 만드는 기술도 배운다고 한다.
일본에는 이미 지난 77년 일본DIY협회가 결성됐고 83년부터는 상담과 기술 지도를 하는 'DIY 어드바이저'란 제도까지 생겨나 DIY가 일상화됐다.
♥우리나라에선 어떨까
아직은 초기단계. 지난 80년대 후반 국내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조립식 반제품을 DIY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름 그대로 직접 기초 재료를 구해 만드는 정도로까지는 보편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DIY에 대한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 상의 DIY 관련 사이트는 무려 80여개에 이르며,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동호회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육아·가족 일기 등 생활만화로 유명한 '반쪽이'의 작가 최정현씨가 자신의 15평 아파트에서 직접 실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신간 '반쪽이와 함께 뚝딱뚝딱 DIY'과 '반쪽이 공방'은 전국에 DIY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구지역은 대구시 여성회관,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 지역별 사회복지회관 등에서 목공예, 양재, 홈패션, 자수반, 꽃꽂이 등을 배우는 여성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여성들은 대부분 취업보다 취미나 가정에 필요한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가구공방 '목원'(달성군 가창면 삼산리)은 수강생들이 가구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 손덕호 팀장은 "회원의 대부분이 주부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주말에는 직장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될 경우 DIY는 생활의 한 부분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DIY, 어떻게 시작하나
기술이나 경험없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백화점, 할인점 등에 가면 장식장, 수납장, 선반, 옷장, 신발장 등 DIY가구를 판매한다. 초보자라도 몇가지 공구만 있으면 설명에 따라 뼈대와 널빤지, 서랍, 칸막이용 각목, 보조철 등을 조립할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들이다. 완제품보다 가격이 20~30% 정도 싸며 집안의 빈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크기 조정이 가능하다.
경험이 좀 쌓여지면 목재소나 목공소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해 식탁이나 아기 침대, 책상, 책장 등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 가구 놓을 공간에 맞게 가구 설계도를 그린 다음 설계에 맞게 자르고 못질해 보자. 아니면 간단하게 앵글과 두꺼운 합판만으로도 책상, 책장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색이 바랜 벽을 직접 페인트로 칠하거나 실내에 간단한 띠벽지로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아이들 방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나 야광벽지로 꾸며보자.
오래된 가구나 싱크대 등에는 컬러시트를 사서 붙이고 유리창문에는 반투명 소재의 유리시트를 활용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인터넷에서 'DIY'를 검색해 전문사이트를 찾는 게 좋다. 게시판에 질문글을 올리면 답을 받을 수 있고 관련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찾을 수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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