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1일 오장섭 건설교통부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우리나라에 대한 항공안전 2등급 강등에 따른 비판 여론이 현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추락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진화하기 위한 것이다.
취임초부터 재산 변칙증여 등 물의를 빚은데 이어 이번 항공안전 2등급 강등으로 IMF 구제금융 이후 최대의 국가신인도 추락사태를 빚은 오 장관을 그대로 둘 경우 국정난맥에 대한 비판여론을 한층 더 고조시켜 국정운영에 큰 부담요인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 장관의 경질은 지난 8.15 경축행사 참가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남측 대표단중 일부가 만경대를 방문해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운운하는 서명을 남김으로써 잘못된 방북허용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 대한 문책 요구를 다소나마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오 장관의 경우 명백한 실수를 저지른 만큼 경질 사유가 분명하나 임 장관의 경우 잘못된 방북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 만큼 경질 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임 장관이 경질 여론에 몰리고 있는 것은 다만 이 두 사안이 동시에 터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명백한 실수를 저지른 오 장관을 우선 경질하면 임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은 상당폭 수그러들 것이라는게 김 대통령의 판단인 것이다.
오 장관의 경질 문제는 지난 20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방문한 자리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명예총재는 김 대통령의 뜻을 수용하는 대신 후임으로 김용채 토지공사 사장을 추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김 대통령과 김 명예총재는 DJP회동 이후 오 장관 경질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이었으나 '김 대통령이 김 명예총재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된데다 "DJP공조에 균열조짐이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조기 수습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용채 장관의 임명은 국민의 정부에 들어 인사파행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나눠먹기' 관행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구설수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김 장관에 대해 "전문성도 도덕성도 없다"고 혹평하고 이번 인사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DJP 권력 나눠먹기'와 'JP달래기 인사'"라고 비난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