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유목 프로젝트
말린 말똥연기가 피어 오르는 곳 목부의 집에서 태어난 천한 이 몸 끝없이 넓고넓은 광야는 내가 태어난 요람같이 느껴진다.몽골 최고의 문학자 고(故) 나착 도르지가 노래한 '요람같은 광야'의 한 대목이다.
마른 똥이 타는 겔 안의 난로에서 수테차를 끓여내는 어머니는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겔 안쪽에 자리잡은 아버지는 딸아이의 손을 잡고 국민시인 나착 도르지의 시를 읊는다.몽골의 광야에 몸을 내맡긴 칭기즈칸 후예들의 삶을 수채화처럼 잘 그려낸 시.
태초의 신비를 머금은 광야에서 말을 달리는 오늘날 몽골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의 넓은 들판을 누비는 신(新)유목민을 꿈꾸며 살고 있다.
파 이스트 이코노믹 리뷰지(5월31일자)는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유목민의 경제와 전통을 포기하고,자본주의 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몽골은 지난 2년간 지속된 가뭄과 유례없이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수많은 가축을 잃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이 뼈아픈 경험을 계기로 몽골은 유목민 경제를 포기하고,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자유무역지대와 해외 자본을 유치해 섬유공단 등을 설치한다는 새로운 경제구조 개혁을 선언했다.
몽골의 산업구조 변화는 탈(脫)유목현상의 일면을 보여준다.농업과 목축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40년대의 70%에서 1990년대에는 약 35%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몽골은 석탄.구리.몰리브덴 금.석유 등의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다.그러나 채굴장비, 기술, 자금, 사회간접자본의 부족 등으로 매장량에 비해 생산량은 적은 편이다.일본의 기업들이 몽골의 광산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1995년의 경우 몽골의 구리 수출은 총 수출의 51%를 차지했고,100억t으로 추정되는 석탄 매장량 중 연간 500만t을 생산하고 있다.생산된 석탄의 70%는 몽골 국내 에너지원의 70%를 차지한다.
천연자원 개발, 밀레니엄 도로 건설, 통신망 구축 등으로 요약되는 탈 유목민 프로젝트의 총사령탑은 나바라얀 엥흐바야흐 총리가 맡고 있다.이는 앞으로 30년간 지속될 거대한 계획으로,몽골 인구의 90%를 도시인으로 정착시키려는 원대한 구상이다.엥흐바야흐 총리는 "몽골 국토를 동.서로 가로지를 '밀레니엄 도로'를 건설하고,인터넷망, 통신망 등 인프라를 구축해 중소 도시들을 긴밀하게 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밀레니엄 도로는 약 2천4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란바토르서 글:최봉진기자
사진:강선배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