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한국적 아름다움

얼마 전 신문에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순이'라는 한국 여성이 명배우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의 애인이 되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사진으로 본 그녀는 눈이 가늘게 찢어지고 코가 납작한, 우리의 미(美)의식로 볼 때 아주 못생긴 얼굴이었다. 그러나 동양적 외모가 강조된 그녀가 앨런에게는얼마나 매혹적이었으면 애인으로 삼았겠는가?

미국 체류 중 하버드 의대 성형외과 과장 댁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아내와 아이들을 동반했는데 연회 내내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감탄하고 예쁘다고 몇 번씩 강조하였다. 알고 보니 서양식 의례적 인사는 아니었다. 서양인들에게는 보기 드문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우리 아이가 그들 눈에는 무척 좋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연수 중에 서양에서는 잘하지 않는 동양인들의 쌍꺼풀 수술과 코 높이는 수술에 대해서 발표할기회를 가졌다. 당시 상당한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 역시 내 발표가 좋았던 것이 아니고 그들이 잘 하지 않고 잘 모르는 새로운 동양적 수술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학잡지에도 필자의 논문이 꽤 많이 실려있다. 모두 미국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동양적인 미(美)를 위한 새로운 수술 방법들에 관한것이다. 필자가 서구적인 관점에서 미국사람들이 주로 하는 수술을 그대로 반복했다면 미국학술지에 논문을 등재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위의 여러가지 일화는 동양적,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서양인들에게는 얼마나 매력적이고 동경의 대상인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화가 보편적인 것이 된 오늘날, 지구촌을 무대로 활동할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미가 오히려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서구적인 미를 동경하여 그것을 흉내내기보다 철저히 나의 것을 지키고 가꾸어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대구가톨릭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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