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잘못된 사법제도와 관행으로 재판에 회부된 수천여명의 비행 소년들이 흉악범들이 득실대는한 일반 교도소로 넘겨져 구타 등 폭력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어른 재소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법당국조차 예산부족을 이유로 비행 소년들 격리보호 시설 증설을 외면하고 있으며 행정착오로 헌법상금지된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까지 가해지는 등 소년범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근착 뉴스위크지에 소개된 필리핀 소년범들의 수감실태 등 사법제도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9살 아동도 교도소로'=필리핀에서는 9살 이상 아동에 대해서도 성인들과 같이 재판에 회부시켜 금고형을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필리핀내에는 전국적으로10여개의 비행 청소년 보호시설이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로 대부분 소년범들은 일반 교도소에 넘겨져 성인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소년범들은 필리핀 전체 교도소 수감자 인구의 10%로 2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소년범은 도시 빈민촌 출신으로 부모 등 보호자가 없어 비행으로 교도소에 입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나 일부의 경우 남의 죄를 억울하게 뒤집어 쓴 경우도 적지 않다.
◇잔인한 가혹행위=필리핀 교도소는 불결하고 좁은 공간으로 인해 건강한 어른들조차 견디기 힘든 곳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마닐라에서 15km 가량 떨어진 빌리비드 교도소의 경우 35㎡(10.5평) 규모의 방에 소년범 등 60여명의 재소자가 빽빽히 수용돼 옆으로 누워 '칼잠'을 자기도 힘들 정도. 교도소내 재소자들이폭동을 일으켜 교도소 측과 대치할 때 맨 앞줄에는 소년범들을 내세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등 소년범들을 수시로 위험에 노출시킨다. 또 재소자들간 세력 다툼을벌일 때에도 양측세력들은 서로 소년범들에게 상대를 공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빌미로 전면적인 패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재소자들은 교도소내에서 어린 아동들을 성폭행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 성인 재소자들 사이에 어린 소년들에게 여자 옷을 입히고 여자처럼 행세하도록 하면서 '성적 노리개'로 전락시키는 '집단 가혹행위'도 발생하고 있으나 교정당국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교도소 수감 실태를 수차례 조사해온 필리핀 대학 사회학자 랜드 데이비드는 "교도소내에서 소년범들에 대한 성폭행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아이들은 결코 성폭행 피해사실을 발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린 아동에게 사형까지'=필리핀 헌법은 18세 미만 범법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금하고 있지만 출생신고 서류확인 잘못 등 착오로 일부 소년범들은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젤리 로디크란 한 소년은 18세에서 6개월 모자란 나이였지만 사형이 선고돼 처형직전 한 인권단체에 의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또 다른 5명의 소년들도 18세 미만이지만 사형수로 실제 나이를 놓고 주 행정당국과 사법부간 확인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이다.
또 대부분 소년범들은 부모 등 보호자가 없어 국선 변호인들이 변론을 맡고 있지만 변호인들이 오히려 신속한 재판진행을 위해 소년범들에게 유죄인정을강요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일부의 경우 법률에 무지한 소년들은 자신의 유죄를 인정, 범법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족한 교정시설=필리핀 정부는 비행청소년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증설을 기피하고 있다. 필리핀 사법당국은 최근 일본에 청소년 재활시설 증설을 위한 자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도 상원에 대해 비행청소년들의 격리보호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률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다수 상원의원들은 비행청소년의 격리보호 등 법률통과가 오히려 청소년 범죄를 증가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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