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토의는 없고 논쟁만이 존재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어떤 문제를 두고 논의가 시작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공동의사고 과정을 갖는 것이 토의라는 것은 우리 모두 학교에서 배워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토의가 시작되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그 장점을 찾아내려 하기보다는 단점을 찾아 공격하기 일쑤이다. 이는 결국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취급하여 억압하려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 수 있다'는 관용적 태도와 거리가 먼 것으로 건전한 사회 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독단과 그를 위한 폭력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비극을 요구할 뿐이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입각한 대립, 이념적 갈등에서 오는 적대감, 종교적인 배타성등을 대표적인 불관용의 사례로 들 수 있다. 요즈음 정치권 여야 정당들의 행태는 불관용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여야 정치인들의 논쟁을 보면 국리민복은 안중에도 없다. 논쟁에서 밀리면 쓰러질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행태들이다. 냉전 시대의 산물인 이념적 갈등도 대표적인 불관용의 사례가 된다. 자신의 이념과 대립되는 경우 무조건 적대시하는 태도는 다양한 사상적 발전의 싹을 자르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단일한 사상이지배하는 사회는 예외 없이 억압적 성격을 띠게 되고, 그러한 사회의 구성원은 자유를 잃게 됨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종교 간의 불관용이 얼마나 커다란 비극을초래하는지는 먼 역사에서 찾을 것 없다. 파키스탄의 탈레반 정권의 행태나, 중동에서의 대립 상황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종교가 인간을 파멸시켜서야 이치에 맞는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타종교에 비교적 관대하여 얼마나 다행한지 모른다.
다원적 개방사회, 민주사회의 기본 요건 중 하나는 합리적인 토의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발전된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다양한생각들의 표현이 허용되어야 하며, 그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하다. 나라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마음을 비우고서로의 견해를 경청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이 정치권을 외면하게 되고,정치인들은 국민을 살리는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념적 갈등의 폐해를 뼈저리게 겪은 우리 민족이다. 얼마나 많은 이산가족들이한스러운 세월을 겪어왔는가. 또, 같은 겨레끼리 남북으로 갈라져 얼마나 소모적인 대치 상황을 유지해 왔었는가.
우리 사회는 자유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독단과 상대에 대한 억압의 악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건전한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다양한 사상을 인정할 때 그 사회는 생기를 띨 수 있다. 서로 다른 견해는 서로를 자극하여 사회를 발전시키는 활력소가 된다. 우리 사회를 개방적이고 다원적인 사회, 창조적인 민주 사회로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해서 관용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이 지 은 (혜화여고 졸업)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