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영상도시 건의 권용철씨

대구를 '디지털영상 도시'로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인 이가 있었다. 신경정신과 원장인 권용철 KDF대표. 영화를 좋아해 95년부터 동성로에다 '영화 카페'를 만들어 동우회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국제영화제를 갖는 부산에 반해 대구는 디지털영상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대구시에 꾸준히 건의했었다.

"가전제품은 5년만 하면 거의 수명을 거두는데 필름은 너무 오래 살았다. 그런데 디지털은 아무도 손 안대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하자. 할리우드 마냥 비와 바람이 적은 분지인데다 바닷가도 가깝고 전통 마을인 안동, 청송 등지와도 가까워 지역적 조건도 완벽하다".

그는 대구시에서 밀라노프로젝트를 내놓을 때 특히 톤을 높혀 "디지털 영상(엔터테인먼트)도시 계획을 더하면 영화와 CF 프로덕션사 등이 생겨나고 모델과 배우 지망생들이 들끓으면서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목멨다.

한 때는 될 듯도 싶었다. 시내 한 복판 건물에다 디지털 영상 센터를 만들어 관련 장비를 대구시가 마련해 디지털 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저렴하게 활용토록 하면 되겠느냐는 얘기까지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무위로 끝났다.

그는 한편으론 공학도들의 도움을 받아 국내 최초로 소위 키네코 장비를 만들어 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일반 영화처럼 상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기기가 국내엔 없는 만큼 기존 영사기에 걸 수 있도록 필름화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장비가 바로 키네코이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등도 외국에서 들여 오려면 1억~1억5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이 장비를 권 대표가 무상으로 이용토록 해 줌으로써 일반 상영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우리 지역은 물론, 서울 등지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1년반 전쯤부터 국내는 '포기'했다. 캐나다에다 자신의 디지털영화 관련 노하우를 전했고 캐나다는 영주권까지 줄테니 오라고 환대했다. 이미 상당수 장비를 캐나다로 옮겼다. 생활 근거지까지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다음달 3일 캐나다로 출국한다.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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