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느 장애인의 편지

얼마전 극장으로 소포가 배달되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이 낯설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풀어 봤더니 정성스레 예쁜 수가 놓여진 실내화 한 켤레였다. 도대체 뭔가, 누가 보냈을까 궁금해 하는데 하얀 메모지 한 장이 상자 안에서 떨어졌다.

자신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고 남편 또한 같은 형편이어서 식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채 10년을 살았고 일자리도 얻기가 어려워 자신이 집에서 재봉틀일을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사는 게 팍팍해 영화 구경은 꿈도 못 꿨는데 얼마전 복지관에서 알게 된 장애인 부부의 소개로 큰 맘 먹고 '씨네스카이'를 찾게 되었고 남편, 아이들과 정말 오랜만에 아니, 결혼해서 처음으로 단란한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다. 너무 가슴이 벅차고 울렁거려 영화가 눈에 제대로 안들어 올 지경이라 했다.

나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 편지 한통이 이토록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감사의 마음을 소박하게 전하는 여인의 마음 씀씀이가 눈물겨웠고 또다른 하나는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 수준이 가슴 아팠다. 결혼후 첫 번째 영화 감상이라니! 그동안 이 사회가 이들 부부에 대해 얼마나 모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며칠전 TV뉴스에서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역앞에서 노숙하며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봤다. 도대체 이 사회는 장애인들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도 확보하지 못했고 이들은 혼자서 하는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할뿐더러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지내는 셈이다. "비장애인들이 1분이면 걸어 내려올 지하철역 계단을 무려 30∼40분은 걸려야 한다"는 어느 장애인의 인터뷰는 눈물겨웠다. 장애인 편의 시설은 예산이나 기금이 남아돌아야 마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당연히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국민이다. 아니 오히려 더 배려해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가 먼저 손 내밀고 아픔을 어루만져야 하지 않을까?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문화수준이나 복지행정 수준은 아직도 2류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봐야할 때이다.

씨네스카이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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