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주 비밀 밝히는 경북대 연구진

우주 탄생의 신비'를 벗기는 연구에 지역대학 연구소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잇따른 성과를 내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99년 12월 물질의 근본 구성 입자와 그 작용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주탄생의 비밀을 캐는 국제적 연구에 동참하기 위해 고에너지물리연구센터(CHEP)를 설치했다. 이어 지난해 7월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센터는 과학기술부지정 우수연구센터로 선정됐다. 손동철.김동희.김귀년.박환배.조기현 교수 등 경북대 교수진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전남대 건국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강릉대 경상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전국 주요대학의 이 분야 핵심 연구자 24명이 이 연구에 동참하고 있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고에너지물리 연구는 한국을 포함,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 연구기관이 서로 협력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물질의 궁극 구조와 작용을 밝히기 위해선 입자 가속기와 검출기 등의 장비를 설치하고 연구.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웬만한 입자 검출기 한 대를 갖추는 데도 5천억~6천억원 이상 투입된다. 따라서 한 나라나 한 연구기관이 도맡아 추진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프로젝트다.

경북대 CHEP는 전세계 유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함께 입자 가속기와 검출기 및 자료획득 시스템의 일부를 개발해 공급하는 한편 획득자료의 분석.연구에 참여해 세계적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달 일본 고에너지물리연구소의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 규명'에도 경북대 CHEP 연구진이 기여했다. 연구팀은 반물질인 안티(anti)B 중간자가 물질인 B중간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이 사실은 우주생성 초기 물질과 반물질이 각각 절반씩 존재하다 현재 대부분 물질만 존재하게 됐는지를 밝혀주는 중요한 발견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경북대 CHEP는 '힉스입자' 후보군을 발견하고 이것들의 질량이 수소원자 보다 120배 정도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힉스 입자'란 우주탄생 초기 질량이 없던 입자들이 수소 등과 같이 질량을 가진 입자로 바뀌게 하는 원인입자로 그동안 이론상에서만 존재했던 물질이다.

경북대 CHEP는 또 미국 MIT, 스위스 ETH(연방공과대), 독일 아헨공대 등과 함께 우주공간에서 반헬륨원자와 반수소원자를 검출하기 위한 검출기 제작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검출기는 오는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릴 우주선에 탑재돼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손동철 경북대 CHEP 소장은 "우수 인재들이 기초학문을 외면하고 응용분야에만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여름학교'를 개최하고 외국 저명학자를 초청하는 세미나를 자주 열어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우수 연구인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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