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현대투신 처리 대우차 재판되나

현대투신 현대증권 등 현대 금융 3사 매각 협상이 모두(冒頭)부터 암초에 부딪혀 '졸속 처리'가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컨소시엄은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하루만에 주식 인수 조건 등을 거론하며 협상을 원점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주장,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9년 8월 워크아웃 결정된 대우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포드사와 MOU 체결을 해놓고도 협상이 갑자기 결렬돼 2년 동안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켜본 우리로서는 AIG의 태도 돌변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AIG가 문제삼는 부분은 현대증권 주당 인수 가격 8천940원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거래법상 기준 가격 산정후 할인해 줄 수 있는 최대 한도인 10%를 깎아준 금액인데도 AIG측은 7천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협상했는지 의문이 간다.

물론 그들의 요구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이같은 국제적인 협상에 사후 시비거리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의 업무처리가 여전히 미숙하다는 것을 노출시킨 점이다. 해외매각 발표로 국제적 신용도를 높이려 했던 정부는 업무미숙으로 오히려 신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비록 지난해 6월 외자유치 발표 이후 현대투신 매각 협상이 1년 2개월을 끌어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 이번 협상도 정부가 너무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는 엊그제만 해도 "본계약 타결까지 양측이 MOU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지 못한다"고 큰소리 쳐 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가격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이 없어 하루만에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도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뿐만 아니다. 참여연대측은 시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가 발행되면 주식가치가 희석돼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 신주발행 금지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하니 문제는 더욱 꼬이고 됐다. 당시 제일은행을 헐값에 처분했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만큼 이번만은 제값을 받아야한다는 시민단체의 행동은 정당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국내 문제조차 교통정리 하지 않고 '협상 타결' 운운했으니 그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내 구조조정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실기업 해외매각이 현안이라 하더라도 '성급한 처분'이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조급한 행동이 오히려 협상에 약점으로 작용, 헐값 판매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로 문제가 될 소지를 완전히 없앤후 재협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현대투신이 '제2의 제일은행'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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