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문화부장=13년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고대사 돌려읽기를 계속한 한국고대사윤독회 회원교수들이 멕시코 고대문명을 답사한 결과를 지상에 연재하기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무리할 시점입니다. 연재를 마치며, 선조들이 아무리 뛰어난 문화나 문명을 남겼더라도 세계속에 제대로 알리는 작업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데, 멕시코 고대문명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보면서 그를 반면교사로 우리가 가다듬고 깨쳐나가야할 것들을얘기해주십시오.
▶이명식 대구대교수=오래전부터 멕시코 고대문명 답사를 준비해 왔는데 마침 매일신문사가 창간 55주년기념 지면을 제공해주셔서 더 큰 의미를 지닌 연재가 된 것 같습니다. 신문사에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다루어 주어서 좋았습니다.
▶김정숙 영남대교수=저는 개인적으로 멕시코 고대문명을 체계적으로 신문에 소개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러나 고대문명으로 주제를 정했기에, 스페인식민지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 오늘날의 멕시코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멕시코는 우리보다 인구는 적지만 땅 넓이는 한반도의 9배로 자원이 풍부하고 정서가 우리와 비슷해 친근감이 드는 곳입니다. 미국의 눈을 통해서 멕시코를 접하면서 갖게된 멕시코에 대한 굴절된 시야를 이번 연재를 통해서 바로잡고, 한=멕시코가 살아 있는 교류를 늘려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보돈 경북대교수=국내에 아직 멕시코 전공자가 없습니다. 고고학자들도 문헌에 나오는 일부를 개설적으로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서 국내 소개자료가 전무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멕시코 고대문명을 접해 보니 참 놀라웠습니다. 석기로 이렇게 놀라운 고대문명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기존 역사 인식을 바꾸어 놓을만 한 일입니다. 멕시코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선진국이 된 것 같은 시각을 갖고 멕시코 뿐 아니라제3세계 국가를 바라보는 것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노중국 계명대교수=앞에서 김정숙 교수가 지적했듯이 멕시코 고대문명의 조명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멕시코 문화 전체를 조명하지 못해 아쉽습니다.현장에 가보니 멕시코의 근.현대문화를 같이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번 연재가 멕시코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김세기 경산대교수=멕시코 고대 유적을 중심으로 답사를 하고, 연재 주제를 그렇게 잡다보니 어느정도 연재물의 한계는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멕시코 자연환경과 고대유적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한 단순하게 돌만으로 그처럼 거대하고 섬세한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는지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중국=규모만 가지고 예기하면 우리는 멕시코 고대문명처럼 내세울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환경에서는 거대 유적이 어울리지 않습니다.처음에는 규모에 압도되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거대한 유적을 만들었으면 흉물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역시 나라간 비교연구는 규모만으로 비교하지 말고 각 나라의 고유한 환경속에서 유적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김복순 동국대교수=왜 한국고대사 하는 사람이 멕시코에 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교 연구가 상당히 중요하고 세계사 교육도 참 중요한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연재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재가 세계사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지 않나 십습니다.
▶노중국=멕시코는 천주교와 전통신앙이 습합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외형은 천주교, 의식은 전통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김세기=기원전 11세기부터 나왔던 유적과 함께 스페인 식민지 때 건설된 스페인식 건축, 정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세기 들면서 멕시코에 혁명이일어났지만 스페인식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그같은 혁명이 일어났다면 상황이 아주 달라졌을 것입니다.
▶주보돈=스페인이 의도적으로 혼혈정책을 추진, 멕시칸들의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혼혈정책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를대상으로 혼혈정책을 사용했다면 현재의 상황이 많아 달라졌을 것이라고 느꼈다.
▶이명식=300년 지배로 스페인이 지구상에 새로운 인종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지만 멕시코인들은 스페인식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김세기=근대문명을 잘 보존한 멕시코를 보면서 근대 문명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도 근대 유적 보존에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김정숙.김복순=멕시코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데킬라만 유명한데 우리가 소개하지 못한 것이 많다. 답사 기간 동안 사계절을 모두 체험할정도로 넓은 국가였고, 유적지 근처에 다른 건물이 없어 유적지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유적지 근처에 위락지가 다닥다닥붙은 우리 현실과 많이 달랐습니다.
▶노중국=멕시코는 인디오 출신의 후아레스라는 자랑스런 대통령을 배출한데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후아레스 전시관 등도 있어서 존경하는 지도자를통해서 멕시코의 정체성을 살려나가려는 노력들이 우리 현실과 큰 대조를 이뤘습니다.
▶최 부장=우리나라 사람들은 괜히 멕시코보다 낫다는 우월의식을 보이고 있는데….
▶김세기=사실 멕시코가 미개하고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못하다는 인식은 상당히 그릇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직원 가운데 일부가 순박한 멕시코인들을 상대로 군림하면서 그들을 혹독하게 다루어 물의를 빚기도 합니다. 그래서 멕시코인들 가운데에는 한국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노중국=한-멕시코간 교류가 늘어나고 있는데, 멕시코에 진출할 때 멕시코 문화를 알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멕시코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대한 공부도 필요합니다. 외국에 진출할 때는 기본적인 준비를 갖추고 나가야하며, 이제는 우리도 외국에 대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숙=유럽인들은 여유가 있으면 멕시코를 방문합니다. 유럽인에게 멕시코는 최후의 관광지로 여겨질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멕시코는 남성위주 사회에다 대가족 문화를 지녔으며, 또 서정적인 민족입니다. 친구를 빨리 사귀는 개방적 사고를 가진 민족인데다가 멕시코인들은 자체 달력을 갖고 있어서 우주를 보는 독특한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그들의 우주관 종교관을 알고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멕시코 고대문명 답사와 17회에 걸친 연재가 역사가 어떤 조건하에서 움직이는가를 생각해보게한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최 부장=그외 멕시코 답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만한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주보돈=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을 가도 같은 기념품을 팔고 있지만 멕시코는 지역마다 특색있는 기념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지역 특성에 맞는기념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노중국=전문가이드가 유적지 마다 있는 점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멕시코처럼 건전한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들면 익산 미륵사지에 서동설화를 결합시키는 등 밤 문화 공연을 창조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정숙=유적지에 조명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파리가 특히 밤에 아름다운 것도 조명 때문입니다. 유적지나 그 도시문화를 잘 살릴수 있는 조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최 부장=이번 연재를 출판물로 낸다든지, 추가 답사를 떠날 계획은 없는가
▶노중국=2003년 1월 인도나 실크로드, 아니면 이집트 가운데 한곳을 답사하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문명전을 신문 연재로 끝내기보다좀더 보완해서 책으로 묶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출간도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 방담회 참석자
노중국 교수(계명대)
이명식 교수(대구대)
주보돈 교수(경북대)
김세기 교수(경산대)
김복순 교수(동국대)
김정숙 교수(영남대)
진행 : 최미화 문화부장
〈정리: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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