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르포-울진원전 잇단 해파리.새우떼 소동

첨단 과학의 결집체라는 울진원전이 해파리.새우 등에 맥을 못추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발전을 멈춘 것이 세번.하도 자주 반복돼 "본래 그런 모양"이라고 치부하기 십상이지만, 월성.고리 원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유독 울진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게다가 하루만 스톱해도 1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

◇현장 모습=지난 26일 오전 9시 원전 취수구. 해파리떼 출현을 알리는 비상 방송이 나간 뒤 직원 200여명이 긴급히 몰려 들어 1초라도 복구를 앞당기려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어떤 이들은 배를 타고 나가 170여m 밖 취수구를 가로질러 설치해 둔 그물망에 걸려든 해파리를 건져 올리고,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잡아 온 해파리를 부둣가로끌어 올렸다. 지하 5m에 있는 취수구 안쪽 원전 시설에 있는 2차 이물질 제거 장치에서도 직원들이 해파리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이미 바다는 이미 함박눈이라도 내린 듯 지름 30cm 크기의 해파리떼로 새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인간도 역부족. 해파리떼가 하염없이 밀려들더니 끝내 오전 9시32분에 1호기가 멈췄다. 2호기 정지는 그 6분 뒤. 순간 탄식이 쏟아졌다. 모두들 허탈한 표정.

이날 늦게 복구하긴 했지만, 이날 걷어낸 해파리는 무려 700t이나 됐다.

◇왜 울진에서만 이런 일이 날까=울진원전에서 해파리.새우떼 등 때문에 가동을 멈추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9월이었다. 지금까지 가동을 멈춘 것은 모두 7차례이고, 발전량을 줄여야 했던 경우도 10회가 넘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일이 유독 울진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것. 같은 동해 연안에 있지만 월성.고리원전에선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발생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민과 환경단체들은 원전에서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온배수를 찾아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해파리 등이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원전측은 "그렇다면 왜 다른 원전에서는 이런 일이 없느냐"고 반박한다. 울진원전 윤재황씨는 "울진 연안이 난류.한류가 합쳐지는 특성을 갖고 있고,그 때문에 해양생물들이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바람까지 연안으로 부는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여름 삼척.강릉 등 해수욕장에 해파리떼가출현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학계에서조차도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수산진흥원 관계자는 "국내에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직 없다"고 했다.

◇대책은=원전측은 1997년 말부터 해양 전문가 자문을 받아 취수구에 2, 3중으로 그물망을 설치하고, 이를 전담 관리하는 회사까지 둬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 방편책이란 게 일반적 견해. 그물망의 능력을 초과하는 다량의 해양생물이 밀려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전 한 관계자는 "5,6호기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취수구 유속이 더 빨라져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어군 조기 탐지.감시 체제와 보다 확실한 유입 방지용 시설 설치 등 대책이시급하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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