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도시대구 2부-(11)투명한 사회를

"아직도 쇼핑하러는 혼자 가지 않아요. 바가지를 쓰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요".일본인 다니모토 루미씨. 한국인과 결혼해 6년째 대구에 사는 지금도 그녀는 혼자 쇼핑을 못할만큼 물건을 살때 마음이 편치않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큰 불만은 왜 시장에서 파는 물건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느냐는 것. 흥정하면 깎아주는 것이 일면 '넉넉한 인심'으로도 보이지만 상쾌하지만은 않다. 애당초 비싸게 값을 부른 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또 값을 잘 깎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에누리 자체가 고역이다.

다니모토씨는 그래서 되도록이면 가격표가 붙어 있는 상점을 이용하고 그것도 꼭 한국인(주로 남편이지만)을 대동하는 게 습관화됐다.

학원 영어강사인 캐나다인 캐롤 르고씨는 5년전 대구에 왔을 때 황당한 일을 당했다. 월급 120만원에 시간외 수당을 약속받았는데 학원측은 일방적으로 100만원만 주고 수당문제는 모른척 했기 때문. 당초 약속했던 외국인 강사 전용 아파트도 간데 없이 학원주인네와 함께 13평 아파트에서 지내기도 했다.

세계적 도시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의 하나가 '투명성','정직성'이다. 각국 사람들로 들끓는 국제도시에서 사람에 따라 적용기준이 달라서는 안되기 때문.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직 투명하지 못하다. 나라 전체가 그렇고 대구 역시 겉과 속이 다른 게 고질화돼 있다.

한 예로 단골손님에게 적용하는 가격과 뜨내기손님에게 받는 값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네 인심을 높이 평가하는 이도 많다. 미국인학교 교사인 안토니 퍼랜티씨는 "상인들이 외국인이라고 일부러 좋은 물건을 골라주는 일도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에겐 잘 대해주고 모르는 이에겐 불친절한 한국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더 많다.

일본에선 아무리 작은 구멍가게라도, 아무리 싼 물건이라도 정가제라고 다니모토씨는 말한다. 그만큼 모든 것에 투명하다는 얘기다.

다니모토, 르고, 퍼랜티씨 모두 대구살이에 만족해 하며 대구사람들이 너무 좋다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대구가 보다 살기좋은 도시가 되려면 국제사회 어디서나 통하는 투명성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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