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 놓아

면도날 위로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문병란 '직녀(織女)에게'

대중가요로도 널리 알려진 시이다. 칠월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헤어짐과 만남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우리 시사에서 흔히 '분단시'의 백미로 읽힌다.

분단 반세기가 넘었다. 냉전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있던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들의 힘의 균열을 헤집고 햇볕 속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이건 우리 민족의 저력이자 자긍심이다. 사소한 이견을 극복하고 통일의 그날까지!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