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교가 주민 교육원으로

초등학교는 비록 문을 닫았지만, 우포늪 진입 지점인 창녕의 옛 구룡초교 교정과 건물(대합면 신당리)에는 지금 학생 대신 주민들이 발길을 잇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폐교들이 흉물이 되거나 개인 작업장.공장 등으로 임대돼 주민들의 삶과 멀어졌지만 여기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인근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 '전통생활관'과 '평생교육원'으로 꾸민 것이 폐교 부활의 단초.

한때 아동이 800여명이나 되고 일대 마을들의 문화적 중심 역할을 하던 초교가 1999년에 폐교되자 주민들이 즉각 팔을 걷고 나섰다. 폐교를 교육청으로부터 임대 받아 '전통 생활도구 전시관'과 '도자기 체험학습장'을 만든 것. 강당.공연장.미술실.음악실을 새로 꾸미고 야외에는 등나무 터널 산책로, 동물 농장도 갖췄다.

그해 5월엔 주민들 스스로 '평생교육원'도 개원시켰다. 뜻있는 젊은 층은 너나 없이 참여해 '사랑의 리퀘스트'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으며, 그 모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 가마니틀.새끼틀.베틀 등 각 가정에서 갖고 있던 전통적인 생활 도구들을 스스로 모아 290여점을 갖춘 '전통 생활도구 전시관'이 만들어 냈다. 동물농장에는 토끼.토종닭.오리에 타조.칠면조까지 왁자지껄하다.

마을 사람들은 매주 화.금요일 밤에 열리는 한문 교실에 즐겁게 모여든다. 인근 학교의 학생들도 매주 토요일 찾아 와 여러 종류의 체험학습을 한다. 옛 도구들이나 동식물을 눈여겨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도자기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일주일에 절반 이상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 김희덕 원장은 "주민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이제는 폐교가 지역 문화.청소년 활동의 센터가 됐다"고 했다.

창녕.조기환기자 choki21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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