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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중국은 있다

"중국은 아무것도 배울게 없네요. 사람들이 영어도 못하고 한국에 비해서 수준이 너무 떨어져요". "무슨 소릴 하는가, 중국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뭔가장점을 찾아서 얻어가도록 노력해야지, 솔직히 나는 충격적이라네. 무서운 괴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 참관을 위해 중국 북경에 파견된 대구의 하급 공무원과 간부 공무원이 식사 중에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영어의 A자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들의 전통문화는 모두 불태워지고 땅속에 묻혀 버렸다. 중국 국립박물관에 가봐야 중국5000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다. 대만의 박물관에서만 진정한 중국을 볼 수 있다. 장개석이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개막식 후 문화행사에서는 트럼펫과 트롬본, 호른, 그리고 서양악기의 각종 타악기가 동원된 호주의 마칭 밴드의 마스게임이 벌어졌는데, "아, 중국은 없다"라고 한숨을 쉬기도 전에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진시황을 비롯한 중국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그라운드를 꽉 채우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중국 고대문화 편에서는 중국의 5000년 역사를 한눈으로 느낄 수 있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이어서 수백의 우주인을 밤하늘에 날리는 것으로 미래를 예약했다.

분서갱유의 장본인인 진시황은 13경학을 깡그리 없애지는 않았다. 적어도 벽 속에 감추어 놓은 경학서와 중요한 서적들은 모른 체 했다. 이제중국은 펄벅의 '대지'나 '붉은 옥수수'의 나라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예정되어 있고 최근에는 올림픽까지 유치했다. 물론 이화원 옆이나고층빌딩 뒤에는 벽돌 만한 창문을 내고 사는 극빈자들이 적지 않은 숫자이고, 그러한 인구가 중국에는 수억에 달한다고 하지만, 중국은 변하고 있다. 잃어버린 부(富)를 찾고 잃어버린 그들의 고유문화를 찾아가고 있다. 중국만의 방식으로. 그러면서 세계 속에 그들의 문화를 심으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구시립국악단 지휘자.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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