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영구임대 아파트,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이용수(74) 할머니 집에 29일 의딸 김광순(50 )씨가 오랜만에 들렀다.
자신이 돌보아왔던 할머니가 도리어 이웃돕기에 나섰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서다. 김씨는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며 "역시 우리 어머니"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씨는 "참된 봉사는 물질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라며 어려운 이웃에 더 큰 도움이 되지못해 안타까워하는 할머니를 위로했다.
정신대 할머니와 독실한 불자인 김씨가 모녀간의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3년. 대구 '자비의 전화'에서 마련한 정신대 할머니 위안잔치에서였다. 당시 동화사 신도회(영산회) 총무를 맡고 있던 김씨는 일회성으로 끝나버린 행사가 못내 아쉬웠다."값싼 동정이나 겉치레 봉사로는 할머니의 깊은 한을 조금이라도 삭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부터 가끔씩 할머니 집을 찾아 음식상을 차려주고 빨래며 청소도 거들었다. 심신이 멍든 할머니의 말벗이 돼주고 매달 용돈도 쥐어줬다. 할머니가 마음의 문을 열자 지나간 통한의 세월을 떠올리며 두 모녀가 끌어안고 울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올해로 8년째.
정부의 보조금으로 할머니의 생활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자 김씨는 다른 봉사활동에 더 무게를 두면서 최근 얼마동안은 뜸하게 됐다. 그런데 할머니가 지난해 여름부터 장애인들에게 매달 얼마간의 성금을 보내고 주위의 소년가장을 돌보며 아흔이 넘은 당숙모에게 못다한 효행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달려온 것.
두 모녀는 서로 "장하다"며 손을 맞잡았다. 할머니는 "친딸이 있었던들 이만하겠느냐"며 "이제 받은 만큼이라도 사회에 베풀고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씨는 "어머니의 이타행(利他行)이 존경스럽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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