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판사가 피고인에 술먹인다?

'판사가 형사 피고인에게 술을 먹인다(?)'.

법조계 주변에서 흔히 등장하는 이 말은 주로 '경미한' 강도상해죄 사건 재판과 관련해 나온다. 형법상 강도상해는 7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재판장이 아무리 정상을 참작해도 집행유예를 선고하기가 어렵다. 재판장이 형기를 절반으로 작량감경(酌量減輕)해도 3년6월이기 때문에 집행유예 요건인 징역 3년은 불가능하다.

이 때 재판장을 고민에 빠뜨리는 사건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먹다 주인에게 들켜 도망가다 쫓아오는 주인을 밀어 상처를 입힌 따위의 경우. 내용 자체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형법으로는 꼼짝없이 강도상해죄에 해당된다. 이같은 사건으로 7년 이상감옥에 수감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올법하다.

이럴 경우 재판장은 '자수 또는 심신미약' 등 법률상 감경 사유를 찾아내 형기를 절반으로 깎는 편법(?)을 동원한다. 집행유예를 선고할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술을 마셨느냐'고 유도성 질문을 던져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판사가 집행유예 선고를 하기 위해 '술을 먹이는 데도' 이를 눈치채지못한 피고인은 끝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웃지못할 광경이벌어질 때도 있다.

일부 법조인들은 최저 형량이 살인사건(5년)보다 높은 강도상해죄의 양형이 부적절하다며 개정론을 주장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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