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나 조만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은 30일 강연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경제는 3년 반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말할 것 없이 97년말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수용은 한국경제 최대의 실패이자 국제적 수치였는데 그 당시 상황보다 더 어렵다는 강 원장의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더구나 지난 23일에는IMF자금을 완전히 상환, 이제 경제주권을 찾은지 겨우 1주일밖에 안된 시점인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국책기관 원장의 분석은 국민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같은 위기 상황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다. 미국경제 조기회복론에 근거했던 국내경제 4분기 회복 전망은 미국경제 회복지연으로 물건너 갔으며 이로 인해 국내 수출은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투자심리마저 얼어붙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설비투자 감소는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경제목표치는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지 않는가. 강 원장도 "97년 외환위기 때는 미국경제라도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못하며 지금의 세계적 경기침체는 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 겪는 지구촌 성격의 불황"이라고 했다.
이제 문제는 우리의 위기극복 능력이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비교적 빨리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일본의 호황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지금은 오히려 입장이 뒤바뀌어 미국과 일본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막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외환위기 당시보다국민들의 극복 응집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감은 높아만 가고, 빈부 격차의 골이 깊어지면서사회 계층간 갈등의 폭은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은 이념 논쟁에다 파벌 싸움을 일삼고 있어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선거를앞두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정부의 인기주의 정책에 편승, 목청 높이기에 눈이 멀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위기가 닥친다면 한국경제의 장래는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선진국들조차 위기상황을 조기에 포착, 체질강화를 서두르고 있지 않는가.
추경예산 편성, 근로소득자 감세, 주택 건설, 금리인하 등의 단기 경제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큰 파도'를 넘어설 위기대처능력은 있는지 심각히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국민앞에 제시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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