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에 넘치는 온정

인터넷에서 채팅과 사이버 도박밖에 몰랐던 회사원 김모(35·대구시 서구 비산동)씨. 그는 지금 장애인을 돕는 한 인터넷 동호회 회원으로 봉사의 보람에 푹 빠져 있다. 다른 회원들과 함께 한달에 한번 동네 양로원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목욕을 돕고 말벗도 되주고 있다.

그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게 정말 기분좋은 일이란 걸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온갖 불건전한 내용이 난무하는 인터넷에 최근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봉사활동 목적의 동호회가 부쩍 늘어 훈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이버공간의 봉사 모임은 남을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망설이던 사람들을 결성하고, 작은 정성을 모아 손쉽게 어려운 이웃들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점저머 불어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네티즌들의 봉사모임인 '예지림'은 3년전 천리안에서 모임을 결성, 월 1만원씩 회비를 모아 소년.소녀가정을 돕고 있다. 예지림 회원 50명은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소년.소녀가정 8명을 찾아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회장 한창우(39.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는 "회원 대부분이 30,40대로 직장인, 자영업자, 공무원 등 직업이 다양하다"며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좀더 밝게 만들자는 바람에서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인터넷 동호회인 '다음카페'에는 현재 600여개의 봉사모임이 있다. 이들 모임은 장애인봉사, 고아원 및 양로원 봉사, 의료봉사, 헌혈봉사, 장기기증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부 동호회는 회원이 3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큰 봉사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포털사이트에도 봉사 목적의 동호회가 수백여개씩 활동하고 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은 시민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고, 인터넷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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