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품 소비 열풍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 고금리에만 익숙해 있던 시민들이 지금 돈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다.
수출 주도형이지만 우리 경제는 지금 수출이 막혀 피가 안으로 돌아야 하는 심각한 갱년기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최소 올해 말까지는 더 악화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인 가운데 지난 2/4분기 성장률은 2.7%까지로 떨어졌고 그마저 주로 국내 소비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둥대는 지금의 우리 모습은 과연 어떠하며, 어떻게 봐야 할까?
◇대단한 소비력=최근 석달 사이 포항에서는 2천500~4천500㏄의 중대형 승용차가 80대 가까이 늘었다. 세금 등을 빼고 차 값만 2천만을 넘는 승용형 지프는 같은 기간 500대 가까이 증가했고, 2천만원대의 레저형 차는 두달을 기다려야 인수할 수 있다.
가전품 특판 행사를 열었던 포항의 한 매장에서는 50인치 내외의 TV와 양문 여닫이형 냉장고, 에어컨 등의 매출이 그야말로 '날개돋친 듯' 했다. 잘 팔리는 것의 공통점은 초대형.최고급 등 수식어가 붙었다는 것.
최근 가을맞이 보석 특판 행사를 연 한 TV홈쇼핑 업체 주변에서는 "지역별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구 지산동과 포항 지곡동의 판매량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들 지역은 작년에도 식기 세척기, 가스 오븐레인지 등 구입량이 월등히 많아 일부 메이커 관계자들이 수요 조사한다며 동네 견학을 다녔다는 얘기까지 나돌았고,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했다.
ㅎ.ㅅ.ㅇ사 등 포항시내 유명 가전품 할인매장 관계자들은 "판매량의 절반 가량이 지곡.대이.용흥동 및 연일 유강리 몫"이라고 했다. 이는 포항의 대표적 중산층 밀집지역.
일부에서는 찬바람이 불면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까지 나가는 모피 열풍이 일 것이라고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구.부산 등 대도시 원정 쇼핑 주부들도 심심찮게 화제가 되고 있다. 농촌인구를 빼면 겨우 30만명 밖에 안되는 포항의 지금 풍경이다.
◇헷갈리는 시민들=최근 들어 확연해진 이런 현상은 증시.부동산 침체 및 사실상의 제로 금리 상태가 초래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넣어둘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은행 이자의 하락은 이미 명확해진 것이고, 부동산 역시 값이 오른다는 소리도 일부 있지만 지역에선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고 있다. 포항 용흥동 김모(56) 공인중개사는 "괜히 값 상승 소문이 나 매기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고 했다. 최근 54인치 짜리 대형 TV(420만원)를 샀다는 최모(48.포항 대이동)씨는 "은행도, 증시도, 부동산도 아니라면 돈이 어디로 가야겠느냐? 불경기에 돈 쓰면 손님 대접이나마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포항 녹색소비자 연대 조유현 대표는 "계층간 갈등.위화감을 조장하고 상대적 빈곤감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보다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변의 불우 이웃을 돌 볼 줄 아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봐야 할까?=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주장도 강력하다. 한국은행 포항지점 송광현 조사역은 "거시경제로 봐서는 제조업 경기 부양에 도움 현상"이라고 했다. 수출이 막히는 상황에서는 내수라도 살아야 국가 경제가 지탱할 수 있다는 것.
동아대 오상근 교수(경제학과) 역시 "저축이 매력을 잃은 상황이니 소비 활성화는 당연한 경제 활동"이라며 "역기능만 강조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순기능도 많다는 점을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과연 이같은 사실상의 제로 금리가 경기 지탱에 얼마나 오래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있다. 일본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 체제를 채택했지만 이자 수입 감소에 위축된 소비자들이 지출을 오히려 더 축소, 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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