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취업 移民' 열풍

우리의 이민사(移民史)는 한 세기에 이른다. 1900년대 이전 간도·연해주·만주 등에 강제 이주 또는 유민(流民) 성격으로 시작됐으며, 서구 이민의첫 케이스는 1903년 농장 인부 100여명의 하와이행이었다. 이민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1976년으로 무려 4만6천533명을 기록했다. 강제 이주, 망국 유민을 비롯 농업·도피·위장·선진국형·연고초청·취업·투자·교육·역이민 등 그 유형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이민에 얽힌 사연도 한·실망·희망·도전 등 다채롭다.

▲우리의 경우 60, 70년대에는 빈곤과 안보 불안으로 무작정 농업 이민을 떠나기도 했으며, 사회 불안을 느낀 일부 부유층이 재산을 빼돌리기위한 도피 이민도 적지 않았다. 80년대엔 선진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그 이후에는 실업의 돌파구나 자녀의 교육 문제로 떠나는 사람이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희망 없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엑소더스 욕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듯 하다.

▲서울 강남 코엑스의 이민·유학 박람회장에는 1, 2일 이틀간 4만여명의 젊은이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 중 절반가까이가 미국·호주·캐나다 등의 '취업(독립) 이민' 방법을 알아보려는 20, 30대의 젊은층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해 준다.이는 경기 침체로 실직한 가장들과 자녀 조기유학을 위한 '교육 이민' 희망자가 대부분이었던 지난 3월 1차 박람회 때와도 또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취업 이민은 투자·초청 이민과는 다르다. 이민국 정부가 신청자의 학력·경력·기술자격 등을 점수로 매겨 일정 수준 이상의 고학력자에게만 이민을 허가하는 제도다. 취업 이민은 이미 상반기에 전체 이민자 6천600여명 가운데 56%를 차지하지 않았던가. 대학 졸업을 앞두었거나 사회생활 초기에 우리나라를 떠나 현지 취업하려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식경제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던 토플러는 지식이 생산의 '궁극적 자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식정보 강국의 기초가 놓이기도 전에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을 심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식경제 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잃게 돼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징후를 치유할 지름길이 아쉽기만 한 현실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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