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주기 '콜레라 공포' 경북 확산

경북지역에 콜레라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집단 발병원이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용해 온 도로변 식당이어서 실제 전파가 얼마나 돼 있는지도 불투명,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확신치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콜레라 공포는 또 안그래도 흉어에 적조 피해까지 겹쳐 빈사 상태에 빠진 어민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 줄 위험성도 높아, 경제적 여파 또한 우려되고 있다.

◇발견 과정 = 영천에서 콜레라로 의심되는 설사 환자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29일. 영남대 영천병원이 이모(여·67·야사동)씨 등 3명의 발병을 시보건소에 통보해 알려졌다.

시보건소는 이들 3명을 포함한 7명이 지난달 23일 영천 고경면 '25시 만남의 광장'이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설사를 만난 것으로 밝혀내고 이들과 그 가족의 가검물을 채취하는 등 역학조사에 들어 갔다.

이러던 중에 31일엔 경주시 보건소가 경주에서도 환자가 나타났다고 영천보건소로 통보했다. 강동면 경로당 노인 23명이 지난달 27일 같은 식당 한식 부페를 먹은 후 8명이 설사 증세를 나타냈다는 것.

1일엔 영천 푸른솔병원도 2명의 설사 환자 발생을 시보건소에 통보했다. 이들 역시 지난달 27일 같은 식당에서 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같은 식당에서 식사한 후 설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영천.경주.영덕 등의 총 112명으로 집계됐고, 그 중 3명은 콜레라 환자로 최종 판정 받았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장 표정 = 영천의 설사 환자 25명 중 4명은 현재 영남대 영천병원, 푸른솔 병원, 경북대병원 등에 나뉘어 입원 치료 중이고, 다른 2명은 치료 후 퇴원했다.

영덕 제일병원에는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에 각각 이모(36.영덕읍) 이모(34.달산면)씨가 입원, 양성 환자로 판정 받았다. 화물트럭 기사인 이들은 가족 5명과 함께 지난달 24일 문제의 식당에서 식사한 후 설사.복통 증세를 나타냈다는 것.

또 1일 입원한 김모(23.영덕읍)씨 역시 설사.복통 증세를 보여 보건소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주에서는 지난달 27일 낮 문제의 식당에서 초밥 등을 먹은 강동면 양동리 최월분(73) 할머니 등 한 마을 노인 11명이 심한 설사 증세를 보여 경주 동산병원, 안강 중앙병원, 포항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22명이 같이 식사했으나 절반에서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

이에따라 시보건소는 그 가족 등 접촉자 81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는 등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 있다.

◇당국의 조치와 판단 = 국립보건원은 2일 영천시 보건소에 동국대의대 임현술(49) 교수를 반장으로 하는 역학조사반을 설치, 환자들의 가검물 채취 등 역학조사 및 방역활동에 들어갔다.

또 조사반은 대구~포항 국도의 영천 고경면 가수리 구간 '25시 만남의 광장' 식당이 콜레라 전파의 발원지로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모두가 이 식당에서 주로 한식부페를 먹었을 뿐 아니라, 식당 종업원 1명도 양성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

지난달 23일 이후 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경우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사반은 판단하고 있으며, 임현술 반장은 나아가 "지난달 15일 이후 이 식당에서 식사한 설사 환자는 즉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사반은 이 식당의 식수인 지하수를 검사하고 종업원의 가검물.혈액도 조사 중이다.

관계자는 "콜레라는 심한 탈수 증세로 사망하지만 초기에 잘 치료하면 사망률은 1% 이하"라고 밝히면서도, 워낙 전염성이 워낙 강해 환자가 발생했다 하면 금방 급속히 퍼지고 물.음식이 매개체여서 주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걸리면 2∼3일 뒤 쌀뜨물 같은 설사와 구토를 병행하며, 건장한 사람은 감염돼도 가볍게 이겨 나가지만 노약자는 하루 10차례 정도 설사할 경우 쇼크와 탈수로 위험해질 수 있다.

◇식당 측 이야기 = 문제의 식당은 사건이 터진 뒤 지난 31일부터 자진 휴업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식당 주인 정모(여·51)씨는 지난달 18일에 이미 설사 환자가 발생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생선회를 사 종업원 및 인근 마을 사람 17명이 나눠먹은 후 10여명이 설사를 앓았고, 특히 반찬 만드는 종업원 권모(여·50)씨는 바로 그날부터 심한 설사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것. 권씨는 지난 23일부터 다시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주인 정씨는 죽도시장의 생선회가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뒤늦게 2일에야 죽도시장 생선 횟집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달 13일부터 매일 설사 환자를 모니터하고 콜레라 감시 의료기관을 지정 운영해 왔다는 보건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감시체계가 여전히 허술함이 드러나는 셈이다.

◇파괴적인 여파 우려 = 문제의 식당은 하루 차량 통행량이 수만대에 달하는 국도변에 있음으로써 하루 이용객이 수백명에 달하고 불특정 다수가 고객이어서, 콜레라가 어디로 얼마나 퍼져 나갔는지 짐작키 어렵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또 설익은 조개.새우.게.활어 등이 주감염원으로 지목돼 있어, 안그래도 흉어와 적조로 위기를 맞고 있는 어민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위험성이 높다. 수출 등에도 적잖은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영천시 보건소 서용덕(44) 소장은"발병이 확산되면 김치 등 역내 농산물 가공업체의 수출과 7일부터로 예정된 영천 포도축체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콜레라의 역사 = 올해는 10년에 한번씩 세계적으로 콜레라가 유행하는 주기. 국립보건원은 지난달 28일 이를 환기하면서 발생.감시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으며, 남아공에서 이미 8만6천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181명이 사망하는 등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과 69년에 1천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으며, 1980년 전남 신안에서 749명의 환자가 생겨 24명이 사망했다. 1991년에는 충남 서천 한 상가에서 1백13명의 환자가 생겨 4명이 숨졌다.

1995년에는 포항.천안.강화 등 전국적으로 6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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