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3일 오전 대구전시컨벤션센터를 비롯한 부산, 광주, 전주, 대전, 춘천에서 동시에 터져나온 지식인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경제난을 겪으면서 경제, 문화, 인재의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 중앙은 과밀의 비능률이, 지방은 과소의 비효율이 확대일로에 있어 국가 경쟁력이 극도로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를 타개할 확실한 대안이 지방분권이며 이를 위해 겉도는 지방자치를 내실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의미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민들이 압제에 눌려 침묵할 때 지식인들이 시국선언을 해 흐름을 바꾼 적도 많았다. 그럴 때도 지방의 지식인들은 매번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사상 처음 중앙에 대들며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선언에는 지방의 지식인들이 대거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는 평가다.
서울, 경기 지역 인사 일부도 이번 선언에 참가했다. 서울도 크게 보면 지방이란 인식에서다. 이번 분권선언 추진 사실을 뒤늦게 안 인천과 제주 등지의 인사들은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가경쟁력이 극도로 취약해진 현 상황에서 지방 분권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의 수가 3천여명으로 대규모이고 대학총장, 언론사 편집국장 보도국장 등 지역의 여론주도층이 대거 서명했다는 점에서 중앙과 정부가 선언의 의미를 과소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이 지역 중심의 발전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선택이란 논거에도 반론을 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언의 또다른 의미는 정치권의 지역패권주의 경향으로 사분오열돼 온 지역이 사상 처음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동서분열은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일 뿐 지방분권을 외치는 한 목소리 앞에서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중앙에서 지방분권 요구를 묵살하거나 반대할 경우 동서감정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감정이 생겨날 것이란 적극적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추진 경과
지식인 선언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계획됐다. 대구사회연구소, 호남사회연구소 등 영호남 4개 지역 연구단체의 대표자회의에서였다. 그후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지방분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 6월 한국사회학회와 영호남 지역연구단체가 공동으로 지식인 선언을 결정, 7월 선언 내용 확정, 8월 서명작업 순으로 진행됐다.
부산, 대구에 이어 대전, 충남, 충북과 강원지역도 선언에 가세, 처음 1천500명선으로 계획했던 참가자가 3천명으로 늘어나며 열기를 띠게 됐다. 피폐해진 지방을 되살려야 한다는 욕구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향후 활동방향 및 과제
분권 선언이 선언에 머물러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선언 참가자의 공통 인식이다. 분권운동이 지식인에서 시민운동으로 확산돼야 하며 주요한 정부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 내년 대선에서 지방분권이 각당 후보의 주요공약이 되도록 만들어야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선언을 주도한 한국사회학회에서는 앞으로 대규모 심포지엄을 개최해 분권선언의 의미를 확대재생산한다는 계획. 10월, 11월 대구 광주 부산 대전 춘천에서 관련 행사가 잇따른다. 또 이번 선언에 참여하지 못한 지역의 요구로 2차 서명작업도 전개해 지방분권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지역균형발전특별법안의 문제점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청원 형식으로 지방분권특별법 제정운동을 펼치는 등 법제화 싸움도 분권운동의 포인트이다. 각 지역의 현실과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지역발전법안은 공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권운동이 선언이나 주장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같은 요구는 이미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자체가 결합해 실천운동,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하는 것이다. 상공계, 의약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이 각기 제분야에서 펼치는 분권운동도 요긴하다. 분권운동이 각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돼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될 때 최종적으로 중앙과 정치권이 움직이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