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떨며 멈칫멈칫 물러서는 山빛에도

닿지 못하는 것

행여 안개라도 끼이면

길 떠나는 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오래 전에 울린 종소리처럼

돌아와 낡은 종각을 부수는 것

아무도 그를 타이를 수 없지

아무도 그에겐 고삐를 맬 수 없지

-이성복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이 시의 핵심은 두 연의 첫 행에서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에 있다. 살다가 누구나가 문득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그런 도저한 마음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때,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멈칫멈칫 물러서는 가을산의 산빛, 오래 전에 울린 종소리, 혹은 낡은 종각….이런 한량없는 것들이 모여 백약무효인 외로운 중년 사내의 마음을 더욱 외롭게 하는 것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승인이 바로 이 시의 정체이다.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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