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종차별철폐회의, 미국 이스라엘 철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종차별 철폐회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언문 초안에 이스라엘 비난 내용이 포함된데 반발해 3일 대표단을 철수, 회의가 파행을 겪고 있다.

유엔과 세계 인권단체들은 미국의 철수결정을 크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철수=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증오에 가득찬 문구를 선언문에 담아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국가로 비난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대표단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도 "선언문 초안에 반(反)이스라엘, 반(反)유대 문구가 선언문에 포함된 이상 대표단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1978년, 83년에 열린 1,2차 유엔 인종차별회의에서 회담자체를 거부했으나 이번 회의에 처음으로 대표단을 파견했다가 중도에 대표단을 철수시키는 사태를 맞았다.

◇문제의 초안문=미국과 이스라엘이 문제를 삼은 선언문 초안에는 "시오니즘의 인종차별적 관행이 증대하고 있는데 대해 심히 우려한다"는 내용과 함께 "시오니즘이 인종적 우월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특히 초안은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관행 국가"로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국가 이름을 직접 거명함으로써 이스라엘의 반발을 불러왔다.

◇각국의 반응=미국의 대표단 철수 결정에 대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불행한 사태"라고 논평했으며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과 주최국인 남아공 정부도 개별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이 정치적 연막작전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장 바깥에서는 미국의 대표단 철수 결정이 발표된 직후 수백명의 시위대가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미국의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미국의 대표단 철수에 대해 "불필요하고 불행스러운 결정"이라면서 유감을 나타냈다.

회담 철수를 촉구한 미국의 권유에도 불구 EU와 캐나다는 회의에 계속 참석할 방침이다.

한편 아프리카 대표단은 서방 선진국이 과거 노예제와 식민주의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했으나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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