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과 미국의 충돌, 동아시아의 미래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힘이 맞부딪히는 동아시아의 미래는 어떠할까. 그리고 강대국의 틈바구니속에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하버드대 알버트 웨더헤드 석좌교수)은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두 강자인 일본과 중국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패권을 다투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이란 책을 통해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일 군사동맹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일본은 다른 국가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외교정책을 펴왔던 점에 미루어, 중국을 추종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는 동아시아 정치의 핵심은 중국과 일본과 미국의 상호관계에 달려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노골적이진 않지만, 미국 패권주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듯한 저자의 의도가 교묘하게 깔려있다.

그는 일본에 대해 '문명의 관점에서 고립된 나라' '서구화되지 않은 나라' '다른 사회에 대해 가족적 의리를 가지지 않은 나라' 등으로 보고, 다문명화된 세계에서 정치적 입장이 확고하지 않은 '흔들리는' 문명의 핵심국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일본은 국가이익에만 충실할 뿐, 다른 나라에 대한 배려나 친근감을 보이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런 관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

헌팅턴의 얘기중 동아시아의 역학관계에서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많지 않다. 중국문화권에 부속돼 있으면서 앞으로 중국과 이해관계를 함께 할 것이며, 일본의 대항세력으로 자그마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 뿐이다.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정확한 얘기일 수 있지만, 향후 외교 및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의 자주적인 역할 내지는, 민족국가의 에너지를 간과하고 있는게 아쉽다.

무엇보다 그의 정치관은 힘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를 파악하는 현실주의 이론에 입각한 것으로,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이익을 은근하게 보호하는 관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향후 일본과 중국의 각축전을 예상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길을 찾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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