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봉급자 減稅는 좋으나…

정부가 마련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그 성격이 모호하다. 경제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시점에서 회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재정경제부는 3일 종합소득세율을 10%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01년 세제개편안'을 마련, 시행되면 봉급생활자는 세부담이 평균 15%, 자영업자는 12% 줄어들어 모두 1조9천억원의 세금감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국민 전체의 세금부담을 줄이는 것은 아니므로 감세(減稅)정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일부 세율을 낮추었으나 신용카드 사용 확대 등으로 과세 대상이 늘어나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22%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200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위해 무작정 세율을 낮출 수는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정된 범위내에서도 연구 및 개발투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고 기업 구조조정 관련 자금 혜택, 중소기업 IT산업화 자금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은 정부가 기업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부분이다. 그러나 세제 개편을 통한 경기조절 기능은 의문이다. 감세액 1조9천억원은 어지간한 기업의 공적자금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중산층 대부분이 빈곤감을 느끼고 있어 봉급생활자가 연간 수십만원의 감세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소비증대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기업의 법인세는 현행대로 유지, 기업환경 개선 의지가 퇴락했으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구매내역이 밝혀지고 있다고 하지만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소비세 비과세는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조치다. 조세정책은 '형평성'이 기본이다. 그러나 자칫 조세정책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용'으로 비쳐질 경우 정부의 신뢰 추락은 물론 조세의 '형평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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