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장마 때이던가. 낮에는 역 벤치에서, 저녁에는 다리 밑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노숙을 하며 끼니를 겨우 이어가는 '다리 밑 사람들'을만나러 갔다. 지역의 사회복지관 관계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도착한 다리 밑에는 급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노숙자들이 대여섯명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낮술로 얼굴이 벌건 상태였고 삶의 의욕이 없어 보였다.
'다리 밑 사람들'이 되기까지 사연은 달랐으나 개인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차려준 식사가 다 끝나갈 때까지 한 사람만은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였다. 여름날인데도 목까지 모포를 덮고 있었고, 머리맡에는 낡은 주전자와 버너, 냄비, 수저, 이불, 빈 소주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불을 걷어보니 팔 다리가 시커멓게 썩고 있었다. 30대 후반이지만 퍼슥한 머리카락과 쾡한 눈이 실제 보다 나이가더 들어 보였다. 고아로 자수성가하여 3년전까지만 해도 카센터 사장이었던 그는 일에 열중하다 결혼도 못한 채, 혼자 살았다. 그러던 중 IMF로 인하여 일이 잘못되어교도소에 다녀오고 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었고, 아는 이들과 거래업체에서 외면당했다. 소주를 위안삼아 산지 1년만에 영양실조와 알코올중독, 간질환에시달리게 됐다.
"죽을 날만 기다리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그는 세상이 원망스러운 듯 심한 자괴감에 빠져 들며 "더 이상 묻지마소"라며 말문을 닫았다. 시청에 연락하여 담당직원들이 긴급히 출동하여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그는 보름만에 숨을 거두었다.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등지고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다리 밑 사람들'. IMF를 졸업하였다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경제전망은 어둡고 실업은 증가추세이다. '다리 밑의 사람들'과 서민들이 더욱 힘든 세상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구미가족상담센터 소장.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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