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에 이어 콜레라, 비브리오 패혈증 비상이 걸리면서 어패류 관련 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고 외식업계, 여행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각급 학교를 비롯 집단급식을 하는 기관·단체에도 콜레라 비상이 걸렸으며, 보건소 등의 의료기관에는 콜레라 증상을 문의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콜레라 불안'이 번지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한 횟집 주인은 "수족관 수온도 신경써 맞추고 주방기기도 자주 소독하고 있지만 날 것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수성구에서 횟집과 활어 판매를 겸하고 있는 대형 점포는 "평소보다 매출이 70%나 줄었다. 가뜩이나 적조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 활어값은 오르는 판에 콜레라와 비브리오 파동이 일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협대구공판장은 콜레라 영향이 적은 원양이나 수입 냉동어류가 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문시장내 한 어물전은 "평소에도 장사가 안돼 어려운 마당에 콜레라까지 덮쳐 매상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횟집과 활어상이 밀집한 포항 죽도시장은 평소 북적거리던 것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며, kg당 1만원하던 쥐치가 3천원에 팔릴 정도로 위판장의 활어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을 많이 찾는 중국, 일본 관광객들에게 콜레라 발생이 전해진 이후 여행업체마다 문의전화가 잇따라 예약취소 등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 롯데관광 관계자는 "일본 등 주로 동남아 관광객들이 콜레라의 심각성 여부를 묻거나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며 "콜레라가 계속 확산될 경우엔 관광객 유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주는 개인·단체 관광객들의 호텔·수련원 예약취소가 잇따라 가을 수학여행 특수를 앞두고 우울한 분위기다.
대구시교육청은 4일 대구시내 280여개 급식학교에 수인성 전염병 예방 대책을 지시했으며 각 집단급식소들에도 콜레라주의보가 내려졌다.
대구시 보건과 및 각 보건소는 '24시간 설사환자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횟집, 뷔페식당 등과 집단급식소, 도시락류 제조업소 등 1천여개 식품접객업소를 대상으로 위생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시 보건과 관계자는 "아직 콜레라 발생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어패류에 의한 전염인지 알 수 없지만 어패류를 끓여서 먹고, 손발을 씻는 등 콜레라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 1·2부
콜레라 파동과 불안
경북지역에 몰아치고 있는 콜레라 파동이 갈수록 크지고 있다. 발병 범위도 앞으로 더 넓어지고, 보건 당국은 전국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새로 의심되는 환자들 = 성주 벽진면에서는 4일 설사.복통을 호소하는 성모(47) 김모(41)씨 등 환자 2명이 발생, 보건소가 격리 조치하고 환자.가족 등의 가검물을 채취해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이들은 다른 주민 4명과 함께 지난달 27일 경주 안강을 다녀오면서 문제된 영천의 식당 인근 다른 국도변 식당에서 뷔페 점심을 먹은 뒤 다음 날부터 증세를 나타낸 것으로 밝혀져, 보건소는 해당 식당에 대한 역학조사도 벌이고 있다.
경산보건소에도 4일 대구시민 1명 등 설사 환자 6명이 신고됐다. 그 중 이모(25.기사.진량) 서모(31.옥산동) 이모(37.기사.대구 만촌동)씨 등 3명은 지난달 29~30일 사이 문제된 영천의 식당에 들른 뒤 설사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설사환자 신고도 잇따라 = 경산의 김모(39.여.하양)씨 등 2명은 집 주변 식당에 갔다 온 뒤 설사 증세를 보였다고 신고했고, 외식을 않았다는 손모(49.여.중방동)씨도 보건소에 연락했다. 보건소는 이들에 대해서도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경산보건소 김두호 보건사업 과장은 "콜레라 주의보 탓에 식중독.이질 등에 의한 설사 환자들도 신고를 많이 해 오고 있다"고 했다. 영덕읍 김모(50.여)씨 등 3명 역시 4일 보건소를 찾았으나 검사 결과 단순 설사 환자로 판명돼 귀가했다.
청송에서도 지난 2일 부남면 이모(66)씨 등 7명이 설사.복통.오한.구토 증상을 호소해 보건의료원에서 치료 받았다. 이들은 지난 1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에서 회를 사 갖고 와 집에서 먹은 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그러나 병원측은 검사 결과 단순 식중독으로 판명됐다며 모두 귀가시켰다.
고령보건소 황영록 소장은 "설사가 쌀뜨물 형태이면 콜레라 위험이 있으나 피가 섞였으면 세균성 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증상 없어도 위험할 수 있다 = 경주보건소 김미경 소장은 "이번 콜레라는 '이나바'형으로 장기간 잠복하면서도 설사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때문에 지난달 21일 이후 영천 문제의 식당을 이용했던 환자는 설사가 없더라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4일 경주보건소에 신고한 이모(72) 할머니 경우 지난달 27일 그 식당에서 식사한 후 별다는 증상이 없었지만 콜레라로 판명돼 경주 동산병원에 입원했다. 함께 놀러 갔던 최모(72) 할머니도 귀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증상이 없었으나 4일 콜레라로 판명됐다.
◇포항의 사망자 = 포항 사망자의 사인이 콜레라인지는 불명확하나, 일행 3명은 심한 설사 증세로 입원치료 받았던 것으로 밝혀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영천 용강저수지로 낚시 갔었으며, 함께 갔던 죽도동 강모(52) 최모(46)씨는 왕래 도중 이날 오후 5시30분쯤과 밤 10시쯤 등 2회에 걸쳐 문제의 영천 식당에서 감자떡.국수 등으로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후 이들 3명 모두 심한 설사.복통을 겪었으며 김씨는 8일만에 사망했다는 것.
가장 먼저 이상 증세를 나타냈던 최씨는 "오후 5시30분쯤 식사한 후 낚시 갔다 되돌아 오던 밤 10시쯤부터 벌써 메스껍고 구토가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강씨는 다음 날부터 같은 증세를 보였다는 것. 강씨를 치료했던 의사는 "설사가 심했으나 치료 속도가 빨랐던 점 등으로 미뤄 식중독이 의심되나 콜레라 초기 증세와도 비슷해 가검물을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히 진단키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망자를 진료했던 종합병원 측은 직접 사인을 △전해질 불균형 의증 △급성 신세뇨관 괴사의증 △심실 부정맥 의증 등이라고 말했으나, 의료계에서는 콜레라 감염을 의심할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망자의 가검물은 병원 측에 의해 채취돼 분석 결과는 6일쯤 나올 전망이라고 했다.
◇횟집들 썰렁 = 칠곡 왜관읍 등의 40여 개 횟집들은 콜레라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왜관읍내 한 횟집 주인은 "손님이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문경의 횟집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울릉에서도 횟집을 찾는 관광객 발길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횟집을 하는 신경희(30.도동1리)씨는 답답해 했다. 대신 약소 불고기식당을 하는 장지운(52.도동)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자가 많아졌다고 했다.
◇진성 환자 동향 = 영덕보건소는 양성 환자로 판명돼 제일병원에 입원한 트럭기사 이모씨 등 2명이 거의 완쾌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보고 재검사를 실시, 5일쯤 균이 검출되지 않으면 퇴원시킬 계획이다. 이들의 가족 6명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학교 등 비상 = 칠곡.의성.문경.영덕 등에선 4, 5일 보건소가 중심 돼 병의원.음식점.학교 등 관계자와 긴급 회의를 갖는 등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또 무공해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울릉에서도 4일부터 전단 돌리기 등 홍보가 시작됐고, 1947년 이후 발병자가 없는 영양도 마찬가지이다.
사회2부
콜레라 진원지, 영천에서는...
◇콜레라환자 이야기
4일 오후 영남대 영천병원 콜레라환자병실.
콜레라로 판정된 설사환자 6명이 침대에 누워있고 가족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50대후반에서 70대 환자 속에서 부모를 따라 25시 뷔페식당에 갔다가 콜레라에 감염된 여섯살된 박모양이 힘없이 누워있어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대부분 농촌주민인 이들 환자들은 하루에 10여차례나 겪은 심한 설사탓에 탈진한 기색이 역력했고 혹시 보건소와 병원에서 환자관리를 소흘히 하지않을까 우려했다.
심한 설사로 지난 1일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역학조사결과 4일 콜레라로 판정된 환자 이모(57·고경면)씨는 『지난달 28일 계원 40여명과 함께 25시 뷔페식당에서 계모임을 가진후 이날 밤부터 마치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새는듯한 지독한 설사를 하루에 15차례 이상 하며 고통을 겪었다』며 『4일이상 설사를 계속하자 손발이 오그라드는듯한 통증과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증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에 약국에서 설사약을 지어먹었으나 차도가 없자 원기부족탓으로 알고 한의원에서 보약까지 지어먹었다고 했다.
이씨는 병세가 더 악화되자 뒤늦게 영남대 영천병원을 찾아 생고생을 더했다.
병실에서 간병중인 이씨의 부인은 『환자가 계속된 설사로 의식마저 몽롱해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 했다』며 『함께 뷔페식당 음식을 먹은 계원중 5명이 오늘 아침 설사증세가 나타났으나 그들도 콜레라인줄 모르고 설사를 하는것 같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환자는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 정로환을 사먹었으나 지난달 31일부터 하루에 18차례 설사를 하고 근육마비증세와 탈진상태로 병원에 왔다』며 『농촌에는 아직도 알려지지않은 설사환자가 많다』고 했다.
◇시민들의 반응과 지역분위기
영천시 고경면 25시 만남의광장 뷔페식당에서 콜레라가 발생해 확산되고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영천시민들은 콜레라확산사태를 걱정하면서도 별다른 동요없이 콜레라가 하루속히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민 박우락(56)씨는 『콜레라관련 언론보도로 영천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설사가 나면 즉시 병원에 가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면 콜레라는 위험한 병이 아닌것으로 알아 그다지 불안감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7일부터 9일까지 예정된 영천포도축제가 콜레라파동으로 큰 차질을 빚을것으로 우려돼 영천시청은 축제현장에 음식을 준비하지않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청은 축제기간 대도시와 축제현장에서 대대적인 포도판매촉진행사를 벌이려는 마당에 지역에 콜레라가 발생해 판매행사를 망칠 수도 있는데다 전국에서 몰려올 음식노점상들의 비위생적인 음식조리를 통제하는것이 힘들어 걱정하고 있다.
박진규영천시장은 『농민들이 땀흘려 거둔 포도와 농산물이 콜레라 때문에 팔리지않으면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당국의 의료기관 콜레라모니터링의 허점
지난달 14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사온 생선회를 나눠먹은후 18일부터 설사를 앓은 고경면 25시 뷔페식당 종업원 권모(여·50)씨 사례는 보건당국이 지난달 13일부터 실시해왔다는 콜레라감시 모니터링이 겉돌고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권씨는 18일부터 설사와 복통으로 20일까지 영천시내 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보건소에 통보조차 되지않았고, 퇴원후 설사는 멎었으나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증세로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더 받고 23일 식당에 출근해 반찬 만드는 일을 했다는 것.
이 병원은 권씨의 병을 장염과 설사증세로 판단, 역학조사도 하지않았으며 19일 항생제까지 투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콜레라균이 역학조사에 검출되지않아 콜레라 발생원인 조차 밝히기 힘든것으로 알려졌다.
◇퇴원환자도 늘고 있다.
영천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콜레라환자 8명과 의사콜레라환자 4명 등 12명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지난달 25, 27일 입원했던 설사환자 2명은 음성으로 나타나 이미 퇴원했다.
입원해있는 환자중 푸른솔병원 권모(50)씨 등 2명은 콜레라가 아닌 것으로 판명난데다 병세가 호전돼 2~3일후 퇴원예정이다.
영남대 영천병원에 입원해있는 콜레라환자 이모(여·67)씨 등 2명도 설사가 멎고 병세가 호전돼 병원측은 가검물 검사결과에 따라 3~4일후 퇴원시킬 계획이다.
영남대 영천병원 이학준내과전문의는 『콜레라환자들에게 항생제 사용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포항 죽도어시장 휘청
동해안 최대 수산물시장인 포항죽도 어시장이 콜레라로 휘청거리고 있다.
횟집과 활어를 파는 상인들로 밀집된 죽도어시장에는 최근 적조와 함께 울산에 이어 영천을 중심으로 콜레라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진 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4일 오전 11시쯤의 죽도어시장에서는 지나가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또 골목 골목에서 즉석 횟감용 활어를 조리해 팔던 좌판아주머니들은 간데 없고 몰려든 사람들로 서로 어깨를 비켜가던 어시장진입로는 차량이 지나갈 정도로 한산했다.
횟집과 활어상들은 개점휴업상태.
횟집주인 김모(37)씨는 하루종일 있어도 회를 찾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활어상 이모(54.여)씨는 오전 6시부터 5시간이 지나도록 고기한번 썰어보지 못했다며 텅빈 고기찌꺼기 처리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활어를 먹고 콜레라가 발생했다는 일부 매스컴 보도는 말이 안된다고 항변했다.
콜레라균은 수온이 17℃ 이상 돼야 생기는데 냉각기를 이용, 늘 12~14℃의 수온을 유지하고 있는 곳에 있는 활어가 어떻게 콜레라의 원인이 될 수 있느냐며 선어를 위생이 불결한 곳에서 사먹다보니 탈이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5일째 활어가 제대로 거래가 되지 않다보니 kg당 1만원하는 쥐치가 3천원에 팔리고 위판장의 활어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장사가 안된다고 상인들이 안나오고 가게불마저 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며 손님이 없어도 시장을 살리기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한 활어가게주인의 말에서 죽도어시장의 불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콜레라가 발생한 관광지 경주도 마찬가지. 호텔.수련원 등에서는 개인.단체 관광객들의 예약취소가 잇따라 가을 수학여행 특수기를 앞두고 타격을 받고 있다.
또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등에서도 콜레라로 인한 불안으로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을 정도이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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