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초원에 이는 변화 몽골을 가다

(9)-시장경제 도입후 사회변화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전통적인 유목국가인 몽골을 현대 산업국가로 탈바꿈시키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등 '몽골 개혁'에 전력을 쏟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10년 동안 몽골이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는 그 어느 다른 공산주의 국가의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정도이다.

몽골의 차세대 주자 중 한 사람인 몽골의 보디그룹 볼드(39)씨는 "정치의 민주화에 이어 앞으로는 경제 재건과 함께 경제의 민주화를 만드는 것이 몽골인들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몽골의 환골탈태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사회상의 변화.

취재진이 찾은 남고비사막 한 유목민의 겔에서는 위성안테나는 물론 TV, 재봉틀,오토바이,러시아제 지프까지 갖추고 있었다.남고비사막 달랑자다가드에서 지프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토야(46·여)씨는 "울란바토르에 있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고 자랑스레 말했다.그는 "TV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있다"면서 "양털 값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울란바토르 중심가에는 스트립쇼를 공연하는 디스코텍이 성업하고,외국 남성들과 국제결혼을 원하는 미모의 여성들이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서방국가의 최신 랩송이 흘러 나오고,그 속에서 god 등 한국의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에 흠뻑 빠져 있는 신세대 칭기즈칸의 후예를 만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울란바토르에서 220㎞ 떨어진 바양고비 인근의 도로옆.도로를 따라 20여개 겔이 자리잡고 있다.겉모습은 유목민이 살고 있는 초원의 겔이지만 이 곳은 여행객에게 음료나 음식을 파는 한국의 도로변 휴게소와 같다.시장경제 도입후 이런 겔 식당이 등장,휴식과 숙박을 제공하고 있다.

겔 식당 주인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서로 자신의 겔로 가자고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에서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몽골인들의 자본주의 정신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대초원에서 말과 함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달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자동차와 오트바이를 소유하는 유목민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가축의 털과 마유주 등을 직접 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 실정이다.

100년이 공존한다는 몽골.오늘날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동양과 서양,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된 체제 속에서 생존의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정체성의 유목경제에서 엄격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시장경제의 틀 속으로 진입한 몽골인들이 겪고 있는 삶의 방식은 사회·인류학으로도 귀중한 연구대상임에 틀림없다.

울란바토르서=글·최봉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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