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하면 마타하리를 연상케 된다. 1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군사 기밀을 낱낱이 독일에 빼돌린 전설적인 여성 스파이 마가레타게르투다젤. 인도네시아 말로 '한낮의 태양'이란 예명의 마타하리는 요염한 반 나체춤으로 연합국 장교를 뇌살시킨 스트립댄서였다. 그녀의 첩보 활동으로 당시 연합군은 정상적인 군사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가 1917년 프랑스 군에 체포 총살 당한 이후 마타하리는 아예 여성 스파이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던 것이다.
▲1950년 6.25전쟁 직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한국판 마타하리 김수임의 애인으로 월북한 이강국(초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실은 미국 CIC(미군 방첩대)요원으로 밝혀진 것은 충격이다. 지금까지 이강국은 베어드(미 8군사령부 헌병감)대령과 동거하던 김수임을 통해 남한의 경찰 및 군의 고급기밀과 정부의 1급비밀을 빼내는 간첩활동을 하다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밝혀진 미육군정보국 파일 등의 자료에 따르면 이강국이 되레 북한측 정보를 베어드에게 넘겨준 CIC요원이었다니 얽히고 설킨 첩보전의 세계는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더구나 백범 김구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마저 CIC요원이자 비밀결사조직인 백의사(白衣社)의 특공대원이었고 월북작가 임화 또한 CIC요원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전율케 한다. 특히 1942년 염동진에 의해 창설된 백의사 요원은 암살 지령을 받으면 누구든 암살한다는 피의 맹세를 했다니 괴기영화처럼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 드라마틱하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백의사는 현준혁 암살사건, 김일성 암살미수사건, 여운형.김구 암살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백의사 단장인 염동진은 어떤 사람이며 그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궁금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무튼 이번 자료 공개로 미국의 집요한 첩보전이 눈에 띈다. 광복직후 신생 대한민국의 각계각층에 시시콜콜 자기네 사람을 박아두고 기밀을 빼내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이 아니던가. 그들의 장단에 놀아나면서 민족의 지도자를 죽이고 첩보전을 벌이던 것은 아닌지…. 선배들의 모습이 어쩐지 참담하게 다가든다. 아무튼 백범 선생 암살 등 민족 지도자의 암살 배경이 무엇인지 낱낱이 다시 규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배후에 미국의 CIC가 있었다면 국가 차원에서 이를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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