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사학자 방선주 교수와 국사편찬위원회 정병준 박사가 미국 펜실베니어주 칼라일 배럭스에 자리한 미육군군사연구소에서 입수해 4일 발표한 1949년 6월29일자 미국 본토 제1군사령부 정보참모부 운영과장 조지 실리 소령의 문건에 따르면 안두희는 놀랍게도 주한미군방첩대(CIC) 요원이자 우익테러리스트 단체인 '백의사'(白衣社) 열성 멤버임이 드러났다.
이번 문건은 백범 암살 배후가 과연 누구인가를 밝히는데 아주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번 문건이 백범 암살에 미국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무수한 의혹으로 떠돌던 안두희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더구나 미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백범 암살과 연루돼 있다는 방증자료를 확보한 셈이다.
해방 이후 남한에 주둔한 미24군단은 예하에 크게 두 그룹의 정보기관을 거느렸다. 하나는 4개의 일반참모부 중 정보참모부로 알려진 G-2였고, 다른 하나가 CIC(Counter Intelligence Corps)로 일컫는 방첩대였다.
1945년 9월9일에 제224 CIC파견대(the 224th CIC Detachment)가 최초로 남한에들어온 CIC의 활동은 매우 광범위해서 첩보, 정보 수집 뿐만 아니라 한국인 정치지도자와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벌였다.
이와 더불어 CIC는 남한의 우익반공청년단체들과 연대.활용해 대북 공작을 벌였는데 여기서 백의사와 접점을 이룬다.
현재까지 CIC의 대북공작은 정확한 실상과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며 1948년 부대는 공식 철수했으나 그 요원 상당수는 그대로 남아 '켈로부대'로 알려진 KLO(Korean Liaison Office)와 미극동공군의 대북 첩보기관인 미공군 인간첩보부대(USAF HUMINT)로 역할이 옮겨진다.
또 한가지 언급할 것은 백범 암살에 이승만이 과연 얼마만큼 개입하고 있었느냐하는 점이다.
다만 30년 넘게 미국에서 한국근현대사 관련 사료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방선주교수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필자가 기밀해제시킨 미 주한 방첩대원의 증언 문서 중에는 백범 암살의 최후배후가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확신들로 서술되고 있다. 파넬 소령의 증언이 그렇고, 맥두걸 대위의 증언이 그렇다".
백범 암살을 둘러싼 또 다른 핵폭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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