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름다움의 가치

이맘 때쯤 벼가 익어 가는 들녘을 한 번 걸어보면 누구라도 논의 아름다움에 새삼 반하게 된다. 황금 빛이 조금씩 돌기 시작하는 녹색의 빛깔도 좋지만뿜어내는 냄새는 더없이 향기롭다. 바람에 일렁이기라도 하면 그 광경은 형언키 어려운 기쁨을 준다. 근교의 많던 논들이 대거 택지나 공단조성에 들어가고 그나마 밭으로 변경되는 추세여서 생태적 가치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지만 그 감소 비율을 낮추지는 못한다.

개발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은 여간한 반대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환경론자들 마저도 보존의 측면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역설하려 들지만 결국 현실은 눈앞의 실익을 쫓는 쪽을 이길 수 없다.

아마존의 밀림이 지구 환경에 끼치는 이득이나 그 훼손으로 말미암아 입게될지도 모를 손실을 아무리 강조해봤자 당장 거기서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을 막지 못하는 것처럼 같은 경제적 논리의 선상에서 맞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개발론자들에게는 논지의 취약성으로 비칠 뿐이겠지만 차라리 그열대 우림의 상실이 다른 어떤 손실보다 인류의 정신적 빈곤을 초래하게 될 것이란 말이 더 마음을 움직인다. 한 양심적인 지식인의 말대로 새만금의 갯벌 논쟁에 있어서도 그것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 마음이 그만큼 더 가난해 질 것이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논이나 갯벌이 높은 이익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에서도 존속될 수 있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존중될수는 없는가? 아름다움은 그 가치의 무용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오직 경제적 가치만을 앞세우는 지금의 세태는다른 모든 가치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앗아가고 있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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