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 유임 여부가 오리무중이던 이한동 총리가 총리직을 떠나 자민련에 복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총리 본인은 물론 청와대 등에서도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이 총리의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임동원 장관 해임안 국회 표결로 DJP공조가 붕괴된 후 DJP 결별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잣대이자 신 여소야대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총리의 유임여부는 관심을 모아왔다. 이 총리는 해임안 표결 직후 "책임을 지고 총재직과 총리직에서 물러 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4일 청와대로부터 유임 권유를 받은 후 유임쪽으로 기운 듯했다. 자민련 총재직 사퇴서를 제출한 후 지역구인 경기도 포천을 찾아 "햇볕정책은 성공작"이라고 발언, "유임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더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자민련에서는 "이기적인 행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총리가 당 복귀후 JP에 가려 제 역할이 없다는 점과 대권 후보군에서 멀어진다는 개인적인 고민은 이해하지만 당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본 그의 총리직 유임은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비난이었다. 김종필 명예총재의 비난도 거셌다.
5일 자택으로 찾아온 이 총리에게 김 명예총재는 "총리직 유임후 민주당이 이 총리를 버릴 경우 정치적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렵지만 자민련에 기대고 있어야 다음 행보가 나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 총리직 유임의 부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명예총재를 만난 후 전국장애인 부모대회에 참석한 이총리는 방명록 서명 도중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이 될 것"이라며 총리직 사임의사를 간접 표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총리는 사퇴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 명예총재와의 면담후 만난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유임에 대한 권유를 받은 이 총리는 "김 명예총재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6일 다시 협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5일오전 JP와의 면담에 대해 자민련 한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총재직 사퇴에 대한 예의를 갖춘 자리였지만 사실은 김 명예총재에게 총리직 유임 의사를 최종적으로 타진한 자리"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직 유임이 DJP 재공조를 위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총리의 거취는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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