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대구에서 괜찮은 소설집을 낸 신진작가가 등장했다. 문예가 퇴조되고 침체된 요즘 '자갈밭에서 피어난 들꽃 같은 향기'를 선사하는 '핑크하우스'(도서출판 창해)를 선보인 작가는 이룸. 이룸(본명 이규성·42)은 전북 김제가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구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데, 이번 창작집 출간은 계명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며 반월문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단초가 됐다.
작품 '핑크 하우스'엔 멋쟁이 노파도 있고 고독한 청년도 있다. 도굴범과 살인자, 연꽃 같은 앉은뱅이 아줌마도 등장한다. 그러나 작품집의 컨셉은 시종 '핑크'이다. 21세기를 대표하는 상징색으로도 불리는 '핑크'는 인간관계에 녹아있는 친밀성과 감성의 색감이다. 그러나 이 '핑크'는 어쩌면 중편 '돌비녀'에 나오는 앉은뱅이 아줌마 '뿌이'의 화장색일 수도 있다. 천박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질박한 삶의 결이 묻어나지만 결코 궁상스럽지는 않은 그런 핑크.
소설의 문체도 독특하다. 특이한 문장과 거듭되는 반전의 장치가 흥미를 극대화시킨다. 신진작가여서 다소 어정쩡한 표현이 없지는 않지만, 예리한 문체로 소외된 바닥의 삶을 육질적으로 그리고 있다. 알고보면 그의 문학적 소양도 집안의 아픈 내력과 무관하지 않다. 실종된 둘째형의 실화적 내용을 담은 '돌비녀'에서 보듯 그런 자전적인 구석이 적잖이 녹아있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 흔히 널린 삶의 무게이기도 하다.
'핑크하우스'는 2000년 제20회 계명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작인 '꽃반지'와 중편 '돌비녀'등 7편을 담고있다. 중견작가 엄창석은 그의 작품들을 '상당한 수작'이며, 비중있는 신춘문예 당선작으로도 손색이 없는데 출간부터 서두른게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물론 제도권의 시각에서다. 그러고 보면 등단의 형식을 빌리지 않은 작가적 성공이란 화두를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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