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7개각은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로 빚어진 위기국면을 타개하고 전면적인 당정쇄신을 통해 여권의 일신된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번 개각은 김대중 대통령이 비록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자민련과의 어색한 동거 속에서 운영해왔던 공동정부를 청산하고 새로운 모습의 단독정부 운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임 장관의 해임안이 가결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당당하게 표결에 임하겠다고 한 김 대통령의 자세는 단독정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를 잘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같은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내각의 얼굴인 총리에 자민련 출신 이한동 총리를 유임시킴으로써 단독정부 출범이란 의미는 탈색되어 버렸다는 비판이다. 잔류와 복귀 사이에서 명확한 처신을 하지 못한채 며칠간 갈짓자 걸음을 한 이 총리를 내각의 수장에 임명한 것은 새내각의 선도(鮮度)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린 것으로 국정쇄신을 바라는 여론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정치 구현'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 총리 유임을 통해 김종필 명예총재의 향후 정치행보에 타격을 주면서 내각에 보수 이미지를 가미함으로써 보수층을 끌어안는 효과를 노렸겠지만 이 총리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마당에 과연 이같은 포석이 통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또 새로 임명된 장관도 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한 임 통일부장관과 DJP공조 파기로 철수한 한갑수 농림, 김용채 건설교통, 정우택 해양수산부장관 등 자민련 출신 각료들의 자리를 메우는데에 그침으로써 보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 경제상황을 고려해 일부 경제장관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당초의 언급과는 달리 진념 경제팀을 그대로 둔 것도 이번 개각의 큰 감점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진념 경제팀은 지난해말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교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으나 김 대통령은 이를 듣지 않았다. 이처럼 진념 경제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집착에 가까운 신념은 경제정책의 탄력성을 잃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보각에서 당초 예상과는 다른 인물기용을 보였다. 당초 통일부장관에는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이나 남궁진 정무수석의 기용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동교동계 인사의 중용에 대한 비판을 의식, 외무 전문 관료인 홍순영 주중대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전언이다.
또 건교부장관은 언론사 세무조사 국정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당초 입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안정남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이는 안 장관 개인에게는 언론사 세무조사라는 큰 일을 해낸데 대한 김 대통령의 신임의 표시이겠지만 이번 개각의 주요 인선기준인 전문성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동태 농림부장관은 농림부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지금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농정에 정통하다는 점이 발탁요인인 것으로 보이며 경남 남해 출신인 유삼남 해양수산부장관은 지역안배 차원에서 기용됐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이번 개각은 이 총리라는 낡은 인물을 최전면에 배치하고 자민련 출신 각료들의 빈자리를 메꾸는데 그침으로써 단독정부의 새출발이란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